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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원히 되지 못할, 어른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27일
독서종료일
2025년 11월 07일
서평작성자
박*은

서평내용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어른이란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어딘가에서 들었다. 마치 높은 곳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성인처럼 혼란스러운 세상을 수용하고 그 속에서 단단하게 살아가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싱클레어라는 한 소년이 이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인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계 스위스 소설가, 시인, 화가이다.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등 심오한 내면 탐구와 동·서양적 사상을 담은 작품들로 세계적인 문호로 알려져 있다. 그중 『데미안』은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소년 싱클레어가 신비한 소년 데미안을 만나면서 시련과 고뇌를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싱클레어는 악의 세계를 자각하긴 했지만, 선한 세계에 계속 머무르려 한다. 그러나 자신을 크로머에게서 구해준 데미안은 그에게 이면의 어둠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혼란과 두려움을 겪지만 결국 혼돈 속에서 길을 발견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자기 안의 어둠을 직시하고 빛과 함께 끌어안는 일 아닐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이름은 아브락사스.” -p.122-

 

  『데미안』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 정도로 너무 유명한 문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뻔할 수 있지만 이것만큼 핵심적인 문장을 찾기도 힘들다. 저 문장은 데미안이 보낸 편지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다. 책 속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시련이 닥칠 때마다 그를 구원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현실 속 인물이 아니라 또 다른 ‘싱클레어’의 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너 자신을 찾아야 한다.’라고 일깨워 주는 잠재의식. 마치 그가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의 신호탄같이 말이다.

  『데미안』을 덮고 나면,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의 혼돈을 거부하거나 휩쓸리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어른은 찾기 힘들고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불안전함을 자각하고도 나아가는 사람이,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어른일 것이다.

  나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나약하고 유혹에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내 안에 데미안이 해주는 말을 잘 듣는다면 언제가 나도 세상을 관조하며 그 속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많이 추천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나이는 들어가는데 자신의 갈피를 잃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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