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에멘탈 치즈로 가득 찬 책 표지와 『치즈 이야기』라는 귀여운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일곱 가지 이야기는 어딘가 불편하고, 때론 역겹기까지 하다. 아마 그 불편함은 가히 의도적이다. 부모에게 방치당했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 엄마를 돌보게 되는 내용, 만지면 물건의 기억을 보게 되는 아이가 부모의 돈벌이로 이용되는 내용은 이미 그 이야기로서도 충분히 기분 나쁜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런 이야기에 좀 더 과장되고, 역겨운 요소들을 넣어 읽는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마치 ‘이래도 안 불편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일곱 개의 이야기는 모두 서로 전혀 다른 사건을 담고 있지만, 외로움과 고립을 주심에 둔다는 점은 같다. 주인공들은 방치되고, 사랑받지 못하고, 남겨진다.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더해져 기괴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독자는 그러한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낌과 동시에 일상에서 외면했던 감정들에 직면하게 된다.
단편소설 <치즈 이야기>를 다 읽었을 때 나는 소름이 돋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자가 어린 시절 꾼 꿈의 내용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오히려 아주 밝고 명랑한 말투로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진행된다. 하지만 그 말투와 대조되게 이야기는 아주 섬뜩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거동할 수 없는 엄마를 방에 두고 일하던 화자가 리모컨으로 프로그램 텔레비전 채널도 돌릴 수 없는 엄마를 생각하며 이야기하는 부분은 특히 충격적이다.
“하루종일 머리에 비닐 머리 캡을 뒤집어쓴 채 팔이 빠지게 스프를 젓다가도 그 사실을 떠올리면 푸시시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 문장은 이야기의 잔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작가가 얼마나 의도적으로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책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내내 뒷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고 흥미롭기에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게 되었고, 단편 소설이 뒤로 갈수록 판타지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깊이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결국 『치즈 이야기』가 남기는 인상은 단순히 기괴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난 후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 불편함은 그 감정의 기원이 ‘우리의 일상’에서 연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구성이야말로 작가가 노린 바라고 할 수 있다. 조예은은 사회 속의 외로움과 결핍을 판타지적 설정 속에 배치함으로써, 독자가 그 감정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감정들이 오히려 더 선명히 드러나도록 한다.
조금은 자극적일지라도 각기 다른 단편들을 통한 인간 내면의 어두운 결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