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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의 주관성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14일
독서종료일
2025년 11월 07일
서평작성자
이*민

서평내용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운을 뗀다면 우리는 그 사건이 객관적으로 어떠했는지를 듣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가 회상하며 끊임없이 이야기하듯이, 명확한 과거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나중의 인상으로 덧칠되고 해석으로 재구성된다. 결국 객관성에도 주관이 녹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실이라 부르는 것도,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쓰이는 기억의 한 조각일지 모른다.

    “더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만큼도 부분적으로는 나중의 인상들에서 재구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70p)“

    진실이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일, 심지어는 내가 겪었던 나의 일을 회상하는 데조차 그렇다. 각자만의 색안경으로 세상과 경험과 사람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누구나 필히 그렇다. 그렇기에 달리 생각하면 힘들거나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도 관점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탈피가 가능해진다. 매분 매초 생각하던 괴로움을 한 번 입 밖에 꺼냈을 뿐인데 클레어는 고해성사를 마친 듯이,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처럼, 안도감을 느낀다. 쳇바퀴 같던 암담한 굴레에서 희망의 한 줄기를 본다.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준 데서 비롯해.(54p)“

    이 문장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객관적 기준’에 자신을 내맡기는지를 보여준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의 기준이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는다. 하지만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나의 시선, 그 시선이야말로 나를 이루는 유일한 근거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옳음의 기준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안전하지만 갇힌다. 그러나 그 틀을 깨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싱클레어 역시 그 틀을 깨며 자신을 새롭게 바라본다.

    싱클레어는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며, 자기 안의 어둠과 마주하고 그 과정을 통해 ‘진실한 나’로 태어난다. 그는 선과 악 모두 자기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모순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은 진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데미안은 진짜 주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객관이라는 허상을 걷어내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그제야 진짜 자유로워진다. 헤르만 헤세는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풍부한 상상을 돕고, 잔잔하면서도 뚜렷하게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그의 문장들은 독자가 다시 자기 생각과 세계를 들여보게끔 한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이 계속해서 의심스러운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주변과 비교되고, 세상의 잣대가 나의 기준이 되어 나를 깎아내리고, 기를 죽이는 말들에 기가 눌리는 사람. 그래서 그에 대응하고 싶은 사람에게 깊이 와닿을 책이다. 세상에 완전한 객관은 없다. 견고해 보이던 현실도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내니까. 진실이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그저 하고 싶은 것을 따라, 그것을 향하라. 데미안은 알을 깨고 나올 용기를 건넨다. 답은 당신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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