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치즈의 외면과는 달리 짜고 달고 역한 맛처럼 그러한 깊은 관점들을 담아내는 소설이다. 부모에게 방치당하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 어머니를 돌보게 되는 이야기, 엄마가 제공하는 일정한 량의 돌봄을 절반으로 나누어 가지게 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 사물을 통해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소라의 이야기 등, 이 책에 담긴 여러 단편들은 인간의 위선과 양면성을 다루고 있다. 외면과는 다른 맛을 지닌 치즈처럼, 이 책은 배신감과 공감,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감정의 향연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이야기인 <치즈 이야기>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결핍이 있었던 아이가 멀쩡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엄마의 살을 뜯어먹는 자극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인다. 결핍이란 사람을 좀먹는 균이다. 곰팡이에 의해 발효되는 치즈처럼 사람도 자신이 커온 환경에 의해 자신만의 색을 풍긴다. 자신을 좀 잡아먹던 것을 다시 사랑하던 미워하던 선택하는 건 자신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릴 적에 느끼지 못했던 사회의 부조리라던가 인간의 악함이라던가를 연상할 수 있다. 어느 단편에서는 치즈의 구릿한 냄새를, 존재를 가치를 논하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치즈의 부드러움을 느꼈듯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독자로 하여금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책을 만든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정적이고 조용한 걸 못 참아하며 지루해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는 치즈처럼 깊은 인상을 준다. 치즈의 깊은 맛처럼 사회와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다루고 있다. 자극적이면서도 쉽게 읽히고 동시에 깊은 관점들과 철학적인 고뇌를 할 수 있게 하는, 한번쯤은 꼭 해봐야 할 생각들을 품은 소설이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