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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15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26일
서평작성자
권*호

서평내용

 데미안은 근대사회가 끝나고 개인에 대한 철학이 대중적이던 시대의 보편적인, 유명한 글이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윤리적 판단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 경계가 얼마나 모호하고 상대적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고대 플라톤의 이데아론부터 기독교 윤리에 이르기까지 반복되어 온 사고방식이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는 유용해도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한계를 가진다.

 데미안은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이분법적 틀을 뒤흔든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 안의 어두운 감정, 질투, 욕망, 두려움을 억누르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나 데미안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악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는 단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이 말은 선과 악의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통찰은 싱클레어가 외부의 도덕 대신 내면의 진실을 탐색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즉, 이분법적 판단은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행동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작품 속 ‘압락사스’라는 신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선하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라, 그 둘을 모두 내면에 품고 있다는 상징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선과 악을 넘어서라”고 말하며, 기존의 도덕 체계를 의심하고 개인의 내면에서 진실을 찾으려 했다. 데미안은 이러한 니체적 사유와도 맞닿아 있다. 싱클레어는 결국 자신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진정한 자아에 가까워진다. 이는 윤리적 판단이 단순히 규범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고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데미안이 제시한 압락사스의 철학은 이러한 위선에 대한 해답이다. 압락사스는 선과 악을 모두 포괄하는 신, 즉 전체성이다. 이는 우리가 완벽주의라는 낡은 알을 깨고 나와, 자신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의 불안정함, 모순, 심지어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충동까지도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포용하라는 지적 명령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실존적 용기의 핵심이다. 타인의 기준이나 알고리즘의 추천 목록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설령 그 길이 외롭고 혼란스러울지라도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고독하게 나아갈 것을 선택하는 용기이다. 데미안의 마지막에서 싱클레어가 데미안과 마침내 하나다는 진실을 깨닫고 자신 안에서 그를 발견하듯, 우리 또한 외부의 구원자나 정답을 찾기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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