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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믿는 \\\'당연함\\\'은 진짜인가요?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14일
독서종료일
2025년 10월 14일
서평작성자
조*서

서평내용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면 어떨까?”

이 질문은 헤르만 헤세가 발표한 [데미안]을 읽는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아무런 의심 없이 살아온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이 질문은 책을 펼치자마자 보게 된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들은 소설 속 인물을 쓸 때 하느님이라도 된 것처럼 파악하고 써 내려간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이것을 평소 작가로서 당연한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통해 내면의 자신을 탐색해 가는 모습이 담긴 성장소설이다. 이외에도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이후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한 헤르만 헤세는 독자의 깊은 내면의 자신을 마주 보게 한다. [데미안] 역시, 자신의 삶과 사고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데미안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의 화자 또한 데미안이라 단정했던 나였기에. ‘당연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당연하다는 판단 뒤에 나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살아왔음을 자각하였다. 이는 내 사고방식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이 책은 나를 계속 고찰하게 만들었다. 데미안은 단순히 문학 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산물을 넘어서 내 삶과 생각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글에서는 데미안을 바탕으로 내가 얻은 깨달음과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데미안]을 읽으면서 처음 느낀 바는, 나에게 이 책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냥 읽는 데에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덮어두었던 나의 무지함이 올라오는 기분이라 더 힘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곱씹을수록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떠올랐다. 또 나 자신에게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책이 쉽지 않았기에, 오히려 나 스스로 고민해야 할 메시지를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 속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 이 두 세계의 갈등과 조화였다. 두 세계는 단순히 선과 악의 대비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환한 세계는 사회가 추구하는 도덕적 규범과 순응을 대표하고 있으며 어두운 세계는 우리 인간 내면의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싱클레어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자신이 어떤 세계에 속해있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혼란을 겪는다. 이는 결론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 규범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헤세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싱클레어가 겪는 혼란이 힘겹게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혼란 자체가 하나의 필연적 성장과정임을 깨달았다. 싱클레어가 두 세계를 공존하며 점점 깊은 내면의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여러 인물과 상황 속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순간조차도 결국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작가는 성장의 본질이 고통과 혼란 속에 있음을 보여주며, 독자 역시 자신의 내적 갈등을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청소년기의 혼란과 싱클레어가 두 세계를 오가며 겪는 내적 갈등이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성장의 본질이 고통과 혼란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내 짧은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고 불안했던 시기였던 청소년기에 나를 도와줄 길잡이가 필요했던 순간들이 생각나면서 싱클레어에게 공감되었다. 싱클레어에게 성장의 길잡이가 되어준 데미안은 늘 그의 곁에서 싱클레어의 내면을 일깨우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관계를 생각해 보며 나에게 데미안 같은 존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동시에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있듯이, 내 주변엔 어떤 인물이 데미안 같은 존재였나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성장은 단순히 소설 속 인물의 여정 이상의 과정으로 생각된다. 나와 같은 독자들이 자신의 성장과정과 인간관계까지 성찰하며 깊이 공감하고 본받을 수 있는 과정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로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주제는 카인의 이야기였다. 작품 속 인물 모두가 카인을 죄인으로만 단정 짓고 있다. 하지만 데미안만큼은 카인의 표식을 죄의 표식이 아닌 특별하고 고독한 표식으로 재해석하여 싱클레어에게 이야기해 준다. 데미안의 재해석은 독자가 오랜 시간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사회 및 신앙적 가치관에 대해 깊이 고찰할 기회를 준다. 나 역시 지금까지 의심 없이, 성경 속 사건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싱클레어가 받은 충격만큼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데미안의 해석을 통해, 기존의 시선이 당연한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선의 방향성을 조금만 틀어보면 우리가 굳게 믿어온 이야기조차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내가 살아온 신앙생활과 사고방식에도 깊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믿고 있는 당연한 것들은 정말 논리적인 근거 있는가?’, ‘내 삶에서 당연한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질문들로 이어지며 나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나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게 해 주었다.

싱클레어의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면 그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읽힌다. 작품 초반, 프란츠 크로머와의 사건으로 공포와 두려움에 휘둘리던 어린 싱클레어가 시간이 지나고 점점 자기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에게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방황해 가면서도 매 순간 성장해 간다. 이 과정을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싱클레어의 성장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그 안에서 나를 대입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이 구절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알은 인간에게 안전하고 익숙한 세계를 상징한다. 새는 자아를 찾고자 노력하는 싱클레어 또는 독자를 상징한다. 이 문구를 읽고 나는 이를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결국 안전하고 안정적인 세계 속에 안주하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없기에, 알이든 우물이든 스스로 깨고 나와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구절을 통해 지금까지 나를 둘러싼 ‘안전한 우물’이 과연 나에게 성장을 주고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 단순히 주어진 현실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던 태도가 나를 제자리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내면을 탐구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데미안이 나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당연함’이라는 관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것이다. 데미안이 했던 카인의 이야기에 대한 재해석처럼, 우리가 오랜 시간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신앙적, 또는 사회적 가치관에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하였다. 단순히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철학적 사유들이 ‘왜 나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라는 자각으로 이어졌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싱클레어가 두 세계의 갈등을 겪으면서 방황하던 순간들도 결국 그의 성장 발판이 되었듯, 데미안을 읽으며 느꼈던 지적 혼란과 무지함의 자각 또한 내게는 하나의 성장이었다. 이 책은 한 인물의 성장기를 넘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청소년기부터 현재의 가치관까지를 되짚어보게 만들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작품을 통해,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건네고 있다. 결론적으로 [데미안]은 개인의 성장이야기를 넘어 시대적인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깊은 내면을 마주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알을 깨뜨려야 함을 알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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