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말하는 ‘자아(自我)’란 철학적 정의로 보았을 때, 외부 세계와 구별된 인식 및 행위의 주체를 의미한다. 자아는 자신과 그 밖에 무언가를 구분할 수 있는 경계선 역할을 해주지만, 이를 잘못 활용하거나 혹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 하면 자신의 어긋난 행위를 합리화하고 현실을 왜곡하여 바라보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헤르만 헤세의 장편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이 그런 상황이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스스로의 자의식으로 세상을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로 구분하여 밝은 세계에 계속 머물고자 했다. 하지만 크로머 사건, 그리고 데미안과의 만남으로 깨달았다. 언제나 밝은 세계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것. 싱클레어가 정의 내린 두 세계는 단순한 선과 악이 아니라, 인간이 성장함에 있어 필요한 요소라는 것. 어둠을 부정하기보다 그 어둠을 인정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것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한 사람의 내면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싱클레어의 혼란, 불안 등 내면의 목소리를 좇는 과정은 내가 겪어온 감정과도 닮아 있었다. 처음에는 추상적인 상징들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알’의 이미지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문장은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작품과 등장인물의 대화가 철학적인 사유 중심으로 전개되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고,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그만큼 읽는 이의 사고를 자극하며,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게 만든다.
현실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군가 정해놓은 틀 속에서 흔들리고 방황한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남에 의한 것이 아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일이다. <데미안>은 그 과정을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장의 과정으로써 보여준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나의 불안과 혼란 역시 성장의 일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고, 언젠가 그것이 진정한 내 자아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얻었다. 자신이 깊은 사유를 즐기는 독자, 자신의 방황을 단순한 약점이 아닌 성장의 증거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