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이야기’ 정말이지 치즈같은 이야기다. 어쩌면 치즈들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외부 혹은 내부의 자극에 의해 숙성되고 발효되는 치즈. 어딘가 짭짤하면서도 부드럽고 쿰쿰하면서도 거친 듯한 제각각의 7조각의 치즈들의 이야기이다.
<칵테일,러브,좀비>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조예은 작가만의 익숙하지만 마냥 일상적이지 않은 독창적인 창의성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날 일,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신선한 비유들이 더해졌다. 그러한 비유들에 왠지 모르게 불쾌하면서도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치즈 이야기>,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 각자의 이야기 속에 외로움, 결핍이 숙성된 치즈같았다. 그런 외로움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신념에 단단히 응축된 듯한 덩어리. 역설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그런 느낌이다. 부모로부터의 폭력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또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남아있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는 영원히 그들의 마음 한켠에 쌓여있을 것이다. 이 두 이야기의 주인공들 역시도 어릴적 부모로부터의 사랑의 결핍과 트라우마로 인해 어른이 된 현재에도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어린시절의 가족과 가정의 역할은 중요한 것 같다. 요즘 들어 아동학대, 폭력의 뉴스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조금더 이러한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돌봐줘야 하지 않을까.
<보증금 돌려받기>는 정말 이 중에서 제일 현실적이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사투, 결국 누군가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해야 한다는 모순의 연속이다. 보통 대학생에 첫 자취를 시작하기에 이 일이 꼭 남의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입장에서 나름 공감도 되고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인데 주인공이 보는 환각과 이상한 현상들이 주인공의 불안과 심리적 압박감을 더 생생히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밤에도 영원히 빛나는 도시에 산다면 끝없이 고민해야 할 주제라 생각한다.
<반쪽 머리의 천사>와 <소라는 영원히>는 숙명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고찰을 담은 이야기 같았다. 모두가 멈추지 않는 마라톤같은 세상에 문득 내가 이 삶의 주인공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남들과 다른 듯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에 주눅 들 때도 있다. 타인의 기억 속에 산다는게 어쩌면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남들의 시선에 얽매어 살게 된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소라는 영원히>에서 소라는 좀 더 자신의 삶에 집중했더라면 로봇의 팔을 이식하는 등의 자신을 잃어가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두 이야기에서 현대인들은 좀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 자신다운 삶, 내 삶의 주연은 나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해연>,<안락의 섬> 윤리적 문제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복제인간, 안락한 죽음. 현재에도 꾸준히 이야기되어지고 있는 내용들을 SF와 접목시켜 독자들에게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들을 던져준다. 과연 무엇이 옳다 할 수 있을까?
이렇듯 조예은 작가의 치즈이야기는 단순한 호러, 스릴러 소설이 아니다. 현실의 이슈들과 작가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더해져 우리에게 더 깊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뜨거운 한여름밤의 서늘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