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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고 섬뜩한 일곱개의 조각들
저자/역자
조예은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5-07-30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14일
독서종료일
2025년 10월 14일
서평작성자
이*희

서평내용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인가요, 웃기는 이야기인가요?”(33p)

 조예은의 『치즈 이야기』(문학동네, 2025)는 2022년에서 2024년까지, 삼 년간 발표한 일곱 편의 단편을 엮은 세 번째 소설집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싹하고 괴이한 매력이 담긴 단편들의 매력이 돋보인다. 노란빛의 귀여운 치즈 모양 표지에 방심해선 안 된다. 그 속에는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표제작 「치즈 이야기」의 주인공 ‘나’는 방임 아동이다. 귀여운 제목과 달리,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했던 어머니에 대한 복수극을 구연동화처럼 풀어낸다. 「보증금 돌려받기」는 보증금을 두고 갈등을 빚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야기, 그리고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현실 공포를 담고 있다. 「수선화에 느끼는 바람」은 쌍둥이 동생 ‘선희’를 마치 게임 아바타처럼 조종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반쪽머리의 천사」는 영화 속 등장인물 ‘기주영’이 사망했던 모습 그대로 현실에 등장하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소라는 영원히」는 사고로 인해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추게 된 소녀 ‘소라’의 이야기를, 「두 번째 해연」은 딸의 기억을 가진 인조인간과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아버지가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펼친다. 마지막으로 「안락의 섬」은 외계인의 ‘지구인 안락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나’의 이야기이다.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맛. 바로 꿈속의 그 맛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 맛을 찾아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17-18p)

 「치즈 이야기」는 표제작이자 소설집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전개되는 탓에 낯간지러움을 느끼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덮기엔 아직 이르다. 홀린 듯이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강렬한 맛에 매료되어 다음 조각으로 끌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SF, 판타지, 호러, 그리고 현대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단편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각 단편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서늘한 소재를 하나씩 품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로 동떨어진 분위기가 아니라 하나의 결로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소설의 전반부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환상적인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SF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분위기를 크게 전환함으로써 실제로 나누어져 있지 않지만 마치 1부와 2부로 구성된 느낌을 준다.

 그의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충동을 분출하고, 시원한 전개를 펼쳐 낸다. 독자가 현실에서 해 보지 못한 경험을 체험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소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더불어 각 단편이 30~50쪽의 짧은 분량을 가지고 있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독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의 소설은 흔히 ‘조예은 월드’라는 단어로 묶인다. 그만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독특하고 경쾌한 호러 세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조예은 작가를 즐겨 읽는 독자라면 ‘조예은 월드’의 익숙한 맛을, 처음 경험하는 독자라면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조예은의 글은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유쾌한 거짓말을 선사한다. 무더운 여름철, 서늘한 맛 책의 세계로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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