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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장을 돕는 것은 누구일까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21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26일
서평작성자
김*린

서평내용

성장기의 학생들에게는 많은 책이 추천된다. 대체로 자기개발서이거나 청소년 문학이고, 어떻게 온건한 어른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 적당한 고난을 겪은 탓에 적당한 잘못을 저지른 후, 이미 혼란을 지나온 성인에게 상담하여 극복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 사이에서 ‘데미안(헤르만 헤세 지음)’은 제대로 된 지주를 찾기 위해 휩쓸리는 주인공을 그려 차별점을 갖는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잘못을 저지른다. 고난과 역경은 그 후, 의지할 어른을 찾는 동안 찾아온다. 싱클레어의 아버지는 고압적이고, 프란츠 크로머는 공포스러우며, 그나마 믿을 만한 막스 데미안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인물이다.

‘데미안’은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이끌리기 쉬운 유혹을 다양하게 서술한다.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작은 사회에서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많은 매체들에서 비춘 적이 있다. 학교에서 폭력을 휘둘러 공포 정치를 이어가는 프란츠 크로머를 주인공 삼은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웹툰이나 드라마로써 쏟아진다. 여태까지 믿어 온 세상 (신앙)에 균열을 만드는 데미안의 언행들 또한, 유튜브나 미디어의 모습으로 변했을 뿐 언제나 학생들의 머릿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이 사이에서 바르게 성장할 ‘믿을 만한 성인’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싱클레어는 투쟁하고, 무너지고, 사랑해도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 크로머의 반항적인 행동을 따라하더라도, 데미안의 성숙함을 따라하더라도 설익은 불안함만 보이던 싱클레어는 외부의 고통을 싱클레어 자신으로서 온전히 받아들이며 알에 머리를 박을 결심을 할 수 있게 된다. ‘데미안’은 이러한 싱클레어의 오랜 사춘기를 풀어낸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교 추천서로 이 책을 읽었던 중학생 때, 싱클레어의 노골적인 고해는 데미안의 신성 모독만큼이나 내 세계에 균열을 냈다. 어른의 행동을 따라하고, 닦아 놓은 길만 바라보면 제대로 알을 깰 마음을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얼핏 알고는 있었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아주 길게 이어질 것 같던 사춘기가 지난 지금, 책의 마지막, 전장에 누운 싱클레어를 보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나를 어른으로, ‘데미안이 된 싱클레어’로 성장시키는 것은 누구여야 할까?

사실 아직도 싱클레어가 끝까지 ‘데미안’이라는 완벽한 자아를 설립하고, 그 환상을 좇는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데미안도 자주 위태로워하고, 어려운 문제에 침묵하고, 회피하는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명확하게 어른이라고 자칭하지 못하는 나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그런 순간까지 ‘어두운 거울’에 비추어 보라며, 전장에 나가 폭격을 뒤집어쓴 채로도 성장을 요구하는 지은이가 미운 것도 어쩔 수 없다. 그 미움마저 알에 머리를 박는 고통이라면, 꼭 헤르만 헤세가 나를 어른의 세계로 밀어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가장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학생, 혹독한 사회를 어느 정도 이겨내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가정을 꾸려 지금 이상의 변화를 원치 않는 가장들이다. 얼핏 전혀 겹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공통점은 ‘나는 어른이다/데미안이다’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데미안’은 끝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사춘기를 그린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나는 이미 다 자랐고, 이끌어 줄 어른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잊어버릴 때마다 주기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리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안정적이고 완벽한 표제의 주인공 데미안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예민한 글의 주인공 싱클레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되새겨야 한다. 이 책의 매력은 결함 많은 내 모습을 직시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나를 성장시키고, 한 발짝 내딛게 만드는 것은 항상 한 발짝 뒤에 있던 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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