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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데미안, 우리의 성장통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05일
독서종료일
2025년 10월 02일
서평작성자
김*은

서평내용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민음사)을 읽으며, 200여 쪽 안에 압축된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성장 여정이었다.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어 했던 내 마음과, 그 이상이 만들어 낸 무수한 갈등과 아픔들, 그리고 결국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빛과 어둠을 동시에 지닌 복합적인 인간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여정을 이 책은 거침없이 보여준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중학생이었던 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너무 멀고 철학적으로만 느껴져 공감하지 못했다. 그들의 고민은 마치 무대 위 인물들의 이야기 같았고, 내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책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벅차했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의 압박 속에서 다시 펼친 이 책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주인공 역시 평범한 청소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내면적 고뇌와 철학적 질문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갈등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싱클레어의 내적 여정에 나를 조금씩 겹쳐볼 수 있었고, 이때 나는 타인의 시선에 갇혀 있던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지금, 세 번째로 읽은 『데미안』은 한층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이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는 성장통으로 다가왔다. 담담하게 그려진 그의 고통과 고민이 내 마음에 와닿았고, 그래서 그를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이번 독서를 통해 나는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성장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누가 밉다면 그가 자네 내부에 있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네.

우리 내면에 없는 것은 우리를 화나게 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극중 인물 피스토리우스의 이 말은 아플 정도로 나의 허를 찔렀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순적이게도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했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랫동안 누군가를 미워하며 괴로워할 때, 우리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사실 내가 미워했던 것은 상대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비친 우리가 싫어하는 우리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성찰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한다고 믿는다. 『데미안』은 결국 자아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던 내용들을 천천히 읽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나도 싱클레어처럼 조금씩 ‘알을 깨고’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의 자연스러움을 알려주고, 우리의 성장통을 어루만져 주며, 마침내 누구나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다는 위로와 격려를 전해준다. 결국 나를 괴롭게 하던 데미안은 내 안에 있었고, 이 깨달음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겪는 성장통을 이겨내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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