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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너머로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27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30일
서평작성자
김*빈

서평내용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 둘을 넘어서는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성장 소설이자 자기 탐구의 기록으로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 왔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첫 느낌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였다. 성장 소설이라는 건 알겠지만, 주인공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나누는 대화는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어서 쉽게 따라가기 어려웠다. 이해가 되지 않아 다른 번역을 찾아보기도 하고, 몇 번을 다시 읽기도 했지만, 여전히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 남았다.

특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122쪽, 데미안)”라는 문장을 마침내 만났을 때, 기대와 달리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단순히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처럼 들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나 자신 안의 낡은 가치관을 깨고 새로운 자아로 태어나는 고통의 과정을 의미했던 것 같다.

소년 싱클레어는 자라면서 세상의 빛과 어둠이라는 두 가지 세계를 동시에 마주한다. 그는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두 세계를 넘나들면서 그는 방황하고 흔들렸다. 그러나 바로 그 과정에서 그는 자라나고 있었다.

데미안은 방황하던 싱클레어에게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115쪽, 데미안)”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싱클레어가 외부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전환점이 된다. 이윽고 싱클레어는 성장이란 내 안의 어두움까지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일임을 깨닫는다.

이 지점에서 데미안이라는 인물의 역할이 흥미롭다. 그는 단순히 친구가 아니라 싱클레어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 길잡이이자 때로는 도발자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어쩌면 싱클레어가 사랑한 인물 같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사기꾼으로 보기도 했으며, 끝에서는 결국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로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선과 악은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인간 안에 동시에 공존한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선하며, 그 모든 모습이 모여서 ‘나’라는 한 사람을 만든다. 그래서 두 세계의 공존은 필연적이다. <데미안>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남아 있다. 상징적으로 사용된 이야기들, 종교적인 부분, 철학적인 대화들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혼란’이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그 혼란 자체가 <데미안>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답을 알려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한다.

너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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