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잠시 시간이 생기면 폰으로 알라딘과 교보문고를 들락날락하며 다음에 읽을 책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는 게 취미인데 특히 교보문고에선 작가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관심작가’ 수치를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약 400명이 넘는 분들이 ‘관심’을 표시한 것을 보았습니다. 제 경험상 보통 100명만 되어도 꽤 인기 있는 작가로 쳐주는데, 그걸 훌쩍 뛰어넘는 숫자라 이 책을 쓴 저자의 말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는 Z세대인 제가 읽었을 때 느낀 점은, ‘생각보다 익숙한 내용이 많다’는 거였어요. 저자가 말하는 소위 AI시대의 변화나 빠르게 변하는 최근 트렌드 같은 건 제 일상에서 이미 느끼고 겪고 있는 것들이어서 딱히 새롭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이런 흐름을 잘 모르시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뭔지 잘 모르시는 기성세대분들은 물론이요, 의외로 젊은 세대 안에서도 디지털 소외를 느끼는 분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익숙한 옛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대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서울 택시조합과 우버를 비교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것은 정말 적절한 비유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낙관론적인 면만 강조한 것은 약간은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에서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는 사람은 더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완전히 뒤처져 버리는 느낌이죠. 이걸 실감하는 건, 예전과 지금의 ‘공통적인 화제’가 사라진 걸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제 어릴 때만 해도 ‘어제 무한도전 봤어?’ 한마디로 대화가 쏟아졌는데, 요즘은 다들 각자 OTT로 드라마 보는 시대가 되었잖아요. 최근 인기 있는 예능도 예전의 ‘무한도전’처럼 모두가 공유하는 ‘국민 예능’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 같이 함께 웃고 울었던 ‘공감의 연결고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최근 우리나라는 AI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관공서에서 ‘민원 24’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신청만 한다면 서류를 쉽게 뽑을 수 있고 온라인 앱을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탐색하는 데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유럽과 일본 같은 경우에는 디지털 혁신에 다소 밀린 감이 있습니다.
제가 이탈리아에 있는 친척 집에 한 달 동안 있었을 때 사람들의 일 처리 방식과 전체적인 시스템이 과장 좀 보태자면 90년대 수준이어서 충격을 받았고, 그 당시 GPT가 유명할 때라서 이를 사용하려고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차단이 되어있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 누누이 강요하고 있는 개도국 근성을 우리가 생각하는 흔한 기존의 유럽 선진국이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기술을 막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는 저런 행태에 경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기성세대들이 최근 시대의 트렌드를 아는데는 좋지만, AI 시대가 발전해 나가는 모습과 개요만 보여주고 그 내면에 숨겨진 문제점과 자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AI 시대에 대해서 기본적인 맥락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만,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