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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의 에피소드
저자/역자
최태성
출판사명
프런트페이지
출판년도
2024-07-29
독서시작일
2025년 09월 12일
독서종료일
2025년 09월 24일
서평작성자
이*민

서평내용

    우리는 학창시절 친구를 만나면 매번,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며 그 시절을 회상한다. 에피소드와 추억거리를 돌아보고 얘기 나누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는 훨씬 진중하거나 혹은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된다. 가까이 하기를 꺼려하고, 소재로 삼기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저자는 무게있는 역사를 우리 삶과 비슷하게 녹여, 혹은 우리 삶과는 다른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며 우리에게 역사의 쓸모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 한국사 일타 강사일 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포함한 모든 역사를 사랑하고, 계속해서 깊이 알고 싶어 한다. 역사를 알고 무언가를 예방할 수 없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각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이 가능하고 그 속에서 중요하게 지켜내야 할 가치와 또 흘려보내야 할 마음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읽는 사람에게 울림이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좋은 글이 된다. 내가 근래 고민에 빠진 지점은 속도이다. 대체로 행동이 느릿하고 이해도 느린 편이지만, 그중 가장 곤란한 것은 밥 먹는 속도이다. 천천히 먹는 편에 속하며 그 중에서도 느린 편인데, 여러 사람과 함께 밥을 먹게 되면 통상적으로 예상하는 시간보다 더 걸려 눈치보일 때가 많다. 사람들은 천천히 먹으라고 배려의 말을 건네지만 조금은 속도를 내야 그들의 ‘천천히 먹는 속도’ 기대치에 맞출 수 있다. 그러다보니 대인 관계를 맺을 때 핵심인 밥을 먹자고 먼저 말을 꺼내기도 주저하게 되고, 메뉴를 고를 때도 고민하게 된다. 가장 제일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급이나 나이가 많이 차이 나는 분과 식사를 할 때 일 것이다. 아직은 대학생 신분이지만 몇 번의 기회가 생겨 그런 자리를 가질 때마다, 급하게 먹어 체하거나 본래 양만큼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프거나 둘 중 하나였다. 추후 진로를 고민할 때에도 점심시간 1시간이 주어지는 대부분의 회사에 내가 잘 적응할 자신이 없었고, 주변에서는 이러한 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큰 영향이 아니라는 듯 바라보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도 그 자체로 스스로가 답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찬은 이야기한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 하여 스스로 한계 짓지 마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이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 데 달려 있을 따름이다.” (다시, 역사의 쓸모, 88p)

    밥을 계속해서 먹는다고 먹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그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자찬의 말을 받아 할 수 있는 건 나의 지조를 지키고 내가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것. 남들보다 늦어지거나 뒤처지는 현재에 주저하지 않고 지속을 통해 나의 이름을 남기면 된다. 좋은 글이란 이처럼 작지만 단단한 울림을 주는 글이다.

    우리가 가진 고민들은 세상 어느 곳, 누군가는 했을 법한 고민이다. 그에 대한 해결을 위해 주변 지인에게 자문하고 이야기하면서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당신과 비슷하게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다. 역사 속 인물과 대화한다면 내가 가진 사소한 고민과 주요한 삶의 문제를 관통하는 지혜를 얻고, 부정적 감정을 통찰하는 배움으로부터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느린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던 것처럼,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자부터 어른의 충고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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