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가치
『노르웨이의 숲』을 관통하는 주제는 “Memento mori”인 듯싶다. 이는 죽음을 기억하고 신중하고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라”라는 뜻이다.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소중한 존재였던 기즈키와 나오코를 잃고 난 후 큰 휴유증을 겪게 된다. “젊음의 기능 일부가 완전하고도 영원히 망가져버린 것 같다(p. 142)”에서 그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기즈키와 나오코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만큼 그들에 대한 기억이 옅어졌다. 이처럼 죽음이 인간을 속수무책하게 쓰나미처럼 흔들어대지만 모순적이게도 시간이 점점 나를 잡아준다. 하지만 이는 죽음이 남긴 상처를 잊은 것이 아니라 가슴 저 먼 구석에 닫아둔 것이다. 즉, 상처가 흉터가 된 채 피가 나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게끔 한다.
와타나베를 통한 깨달음
결말에서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기즈키에 대한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확신도 없었다. 다만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따름이었다.(p.461)”에서 여전히 불안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한 걸음 내딛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난이 있으면 극복해야 한다”라는 명제를 우리 모두가 알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힘든다. 이 책을 읽으면 와타나베가 고난을 극복하는 힘겨운 과정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가 읽는이에게 마치 “힘들지만 너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극복하는 건 당연히 어려운거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듯하다. 즉, 『노르웨이의 숲』은 와타나베를 통해 독자에게 부담스럽지 않는 응원을 해준다. 지금 큰 난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에 힘이 부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삶이란 고난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관한 태도가 중요하다. 삶이 녹록지 않으니, 고난과 역경을 보다 잘 다루어가며 살아갈 지혜를 한 번쯤 정립해볼 필요가 있다. 죽음 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독자들도 삶과 죽음에 대해 사색하고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