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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상실, 그리고 죽음
저자/역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13-09-02
독서시작일
2024년 11월 01일
독서종료일
2024년 11월 08일
서평작성자
김*진

서평내용

    사람을 사랑할 때에, 상실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사람과의 인연은 몇 개월 갈 것 같다, 이 친구와의 우정은 몇 년 갈 것 같다, 이 사람과의 결혼은 몇 년이 한계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비관적인 결말을 염두에 두고 관계를 맺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음사에서 출판된 ‘노르웨이의숲’은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의 세계 2차 대전 패전 직후인, 1949년에 일본 교토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에 입학했으며, 서른살에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당시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인, ‘인간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인간실격’에서는 평범한 인간의 악한 본성, 순수함이 당하는 폭력적인 착취, 인간에 대한 공포 같은 소재가 다뤄진다. 이와 비슷하게, ‘노르웨이의숲’에서는 주인공 와타나베를 비롯한 사람들이 겪는 수많은 상실과, 그에 대처하는 수많은 모습들이 나온다. 나가사와 선배 같은 어떤 인간은 자신만의 철학을 내세우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나오코 같은 어떤 인간은 상실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상실을 견디지 못해 부서져 버린 나오코를, 와타나베는 사랑한다. 그러나 와타나베는 그런 약하고 부서진 인간을 도와줄 수는 없는, 또 하나의 약한 인간일 뿐이다. ‘약한 사람들의 약한 관계’를 보여주면서, 이 책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상실과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다루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그 사람이 나오코처럼 깨지기 쉬운 사람일 때는.

 

    책의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아주 조심스럽게, 나오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다가가지만, 결국에는 와타나베마저도 상실에 이르고 만다. 수많은 상실을 겪으며 살아왔던 와타나베였지만, ‘사랑’했던 사람의 상실은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다가온다. 그는 나오코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려버리고 귀를 닫아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더 많이 사랑했을수록, 상실의 가능성에 대한 외면은 커지며, 상실의 충격 또한 커질 것이다.

 

    한편, 주인공 와타나베는 수많은 이별을 겪으며, 그리고 특히 절친했던 기즈키의 죽음을 겪으며,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 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과 삶은 서로 대비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확신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잊으려 해도 내 속에 희뿌연 공기와도 같은 덩어리가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덩어리는 점점 더 또렷하고 단순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나는 그 덩어리를 말로 바꾸어 낼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말이었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말로 해 버리면 평범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을 말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공기 덩어리로 몸속에서 느꼈다. 문진 안에도, 당구대 위에 놓인 빨갛고 하얀 공 네 개 안에도 죽음은 존재했다. 우리는 그것을 마치 아주 작은 먼지 입자처럼 폐 속으로 빨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노르웨이의숲 中-

 

 

    만일 사랑을 갈구하는 나약한 사람들의 진솔하고 조금은 슬픈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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