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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도 조금씩 성장한다
저자/역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13-09-02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23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30일
서평작성자
서*민

서평내용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노르웨이 숲>은 1987년에 출간되어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세계적으로 소개되었다. 한국에서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큰 사랑을 받았으며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과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그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그의 대표작 <노르웨이 숲>으로 입문해도 좋을 것이다.

<노르웨이 숲>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세상을 처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그들을 위로하는 대목이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기억, 상대방이 나와 마음이 같기를 바라는 마음, 자신과 타인 사이의 뒤틀린 틈새 등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민과 성장통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그 속에서 인물의 대사를 통해 건네는 하루키의 위로는 낯선 불안과 걱정을 느끼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특히 큰 위안을 준다.

어느 날, 담당 의사한테 그런 말을 했더니 내가 느끼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옳다고 했어. 그는 우리가 여기에서 생활하는 것은 뒤틀림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틀림에 익숙해지기 위한 거라고 했어. 우리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그 뒤틀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고. 사람마다 걷는 방식이 다 다르듯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 보는 방식이 다른데 그것을 고치려 한들 쉽게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고 고치려다가는 다른 부분마저 이상해져버린다고 말이야.”

– 155쪽 나오코 대사

사회를 이루는 개인은 모두 나이, 젠더,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다르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차이에서 발생하는 틈 때문에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노르웨이 숲>은 다양한 인물들이 만나 서로 영향을 미치고 관계가 달라지는 모습을 선명히 보여주면서 자신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독자는 그 고민을 함께 읽고 또 공감하면서 자신의 삶도 위로받는다.

인물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지점도 흥미롭다. 청소년 때 겪은 사건으로 타인에게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성격이 어떤 이에겐 매력으로 보이기도 하고, 아픈 기억이나 결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기도 한다. 혹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못해 소중한 사람을 상처주다가 한 순간에 잃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의 마음이 부딪히고 깨지고 또 겹치면서 이전과 다른 삶을 만들어낸다. 계속될 것 같던 관계가 어느 순간 바뀌는 반전 덕분에 소설은 더욱 입체적이고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자기가 나오코의 죽음에 대해 어떤 아픔을 느낀다면, 그 아픔을 남은 인생 동안 계속 느끼도록 해. 그리고 만약 뭔가를 배울 게 있다면 배우도록 하고. 하지만 그와 별개로 미도리와 둘이서 행복을 찾도록 해.”

-477쪽 레이코의 대사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인물 덕분에 위로의 대목은 더욱 독자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큰 시련이 닥칠 때 성장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온몸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 순간엔 나아갈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노르웨이 숲> 인물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결국 새로운 미래로 나아간 것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순간엔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있음이 틀림없다. 작품은 그러한 사실을 긴 대장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으며 그 사실을 깨달은 독자는 고통에 대해서 한층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처럼 <노르웨이 숲>은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과 교차하며 삶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고통을 느끼는 순간에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처음 성인이 되어 낯선 세상을 만난 사회 초년생, 혹은 하루키 특유의 문장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적나라한 묘사가 불쾌하다고 말하지만 필자는 그만큼 날것의 감정을 다루었다고 생각하며, 훗날 밑줄 그은 문장을 만나러 다시 책을 펼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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