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낭비는 사실 같은 한자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한 SNS게시글을 통해 친구들끼리 쓴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그것에서 낭만과 낭비의 낭은 사실은 같은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너무도 다른듯한 단어들의 오묘한 조합은 나에겐 다소 복잡한 감정을 남겼다.
각종 sns와 플랫폼의 발달로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방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 주위 친구들을 둘러보면 연애는 시간, 돈, 감정을 낭만이 아닌 낭비로 인식하며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물자가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게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본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직장인에게 점심 식사 한 끼를 때우는 것도 부담스러워졌으니 말이다.
연인들의 가장 흔한 데이트 코스를 가정해 보자 음식점, 카페, 영화관을 간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한 번 만날 때마다 5~6만 원의 금액이 지출되는데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일주일 중 하루를 만난다고 한 달로 계산해 봤을 때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게 된다. 더군다나 여행이나 다른 활동들을 하게 된다면 지출되는 금액은 더욱 커진다.
상황이 이러할지니 주위의 많은 친구들은 혼자가 되는 것을 택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활성화되면서 일명 ‘혼놀족’을 위한 혼여(혼자 여행), 혼밥(혼자 먹는 밥)이라는 ‘혼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늘어났고, 꼭 함께가 아니더라도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음을 서로 증명이라도 해야 하듯 연애란 그저 비싼 취미생활쯤으로 여겨 비혼 주의자들을 선택하거나, 인스턴트식의 연애를 추구하는 기사 또한 읽어본 적이 있다.
이제는 사랑조차도 낭비가 되어 낭만을 잃어가는 이 시기에 첫 페이지부터 사랑학이라니 조금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면, 이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처음 사랑학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는 그저 흔하디 흔한 연인들 간의 연애지침서 정도의 내용으로 인식되어, 아차 싶었었다. 이유는 연애지침서나 읽으려고 내가 지금 이 황금같은 시간을 여기에 쓰는 줄 알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였다. 그렇지만 책은 이미 구입했고, 첫 줄을 읽었으니 뒤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아차 싶었다. 다소 편협한 생각으로 책의 겉부분만 읽어보고 평가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 그토록 궁금했던 모든 삶의 질문들이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대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사랑은 연인 간의 사랑이었지만, 사실 사랑의 쓰임새와 형태는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단순히 연애를 넘어서,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중요한 주제임을 알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사랑이 단순히 낭비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책의 접근방식만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낭만이냐 낭비이냐 구분짓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다만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은 이미 우리는 완벽한 존재이니, 쓸데없는 완벽을 추구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랑을 낭비라 부르지 않는 조금은 낭만적인 내가 되고 싶다. 가끔은 남는게 없더라도 낭만을 즐겨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