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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과거 그리고 미래
저자/역자
유운성
출판사명
보스토크프레스
출판년도
2021-11-11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05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05일
서평작성자
이*민

서평내용

유운성의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는 영화 비평과 이론을 깊이 탐구하고 영화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예술적 매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서문에선 영화가 관객과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하여 주목하며, 이것을 ‘역량’과 ‘유령’ 이 두 가지 관점을 통해 제시한다. 그리고 각 장에서는 상기한 두 관점을 토대로 영화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한다.

 

우선 ‘역량’은 영화의 기술적·예술적 능력과 현실 재현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프랑스의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쟁의 이론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이 개념은 영화가 현실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세계 2차 전쟁 후 등장한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영화들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이것은 바쟁의 이론을 잘 구현한 예시다. 이때의 영화들은 관객에게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는 것처럼 전달하고 현실의 무게를 실감나게 느끼게 한다. 나도 교양 수업에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 영년”을 보고 당시의 암울한 현실이 너무 생동감 있게 다가와 그 감정에 압도당한 경험이 있을 정도였다. 한국 감독들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땐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어느 정도 이쪽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유령’은 영화의 허구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흔히 “영화는 영화다워야 한다.”, “영화가 너무 현실적이면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과 비슷하다. 이론적으로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몽타주 이론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영화가 단순히 현실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편집과 상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대표작 “전함 포템킨”에서 오데사 계단 장면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몽타주 기법의 대표적인 장면이며, 관객의 감정과 인식을 강렬하게 조작한다. 영화가 단순한 현실 재현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 순간 우리는 영화의 유령에 넘어가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과 ‘유령’에 어떠한 우열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표현하는 것에 따라, 보고 느끼는 사람에 따라 그 중요도는 얼마든지 항상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보고 느끼는 방법과 관련해서 영화적 기법들이 어떻게 다양한 감상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설명한다. 애런 소킨의 “소셜 네트워크”는 빠르고 날카로운 대사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과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 대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캐릭터의 심리와 관계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종종 침묵은 때론 웅변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기도 한다.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의 “아티스트”는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무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없는 순간들을 통해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또 대사적인 측면에서 더 나아가 미장센과 몽타주가 영화의 시각적·서사적 구조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설명한다. 책 속에 다양한 사례가 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를 통해 설명하고 싶다. 이 영화는 말도 안 되는 색감과 소품, 조명을 통해 독특한 감성과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에서 관객은 감독이 창조한 세계에 빠져들며, 그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미장센’이라는 개념을 알고 싶다고 하면 나는 고민 없이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반면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봤을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특유의 복잡한 편집 기법을 통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묽게 만든다. 이 영화는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면서도, 영화적 체험의 깊이를 더해준다. “인셉션”을 보았을 때, 현실과 꿈이 뒤섞이는 그 복잡한 감정은 단순히 스토리뿐 아니라 영화적 기법, 편집이 만들어낸 독특한 경험이었다.

 

작가는 영화 제작 과정의 각 단계를 설명하며, 영화가 어떻게 예술적 창작물로 완성되는지를 분석한다. 영화는 촬영, 편집, 조명, 미장센 등의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러한 영화 제작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독자들은 영화가 단순한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와 노력이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으로 결합된 예술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복합적 요소인 영화는 현대로 오면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더욱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유운성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영화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도 이어간다. 디지털 시대의 영화가 전통적인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며, 미래의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한다. 포스트 시네마와 VR과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영화의 본질에 대해 우리들에게 다시 묻게 만든다. 시네마 이후를 뜻하는 포스트 시네마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전통적 영화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개인적으론 “탑건 : 메버릭”을 4DX로 보면서 몸소 이 변화를 경험했는데, 이때 영화가 단순히 보는 매체에서, 참여하고 경험하는 매체로 장소와 경험의 재배치가 발생하고 있음을 느꼈다.

 

4DX를 너머 존재하는 VR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VR 영화는 관객이 영화 속 세계에 직접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직접 참여’, ‘상호작용’ 이라는 키워드를 듣고 생각나는 매체가 있을 것이다. 바로 “게임”이다. 영화의 기술적 발전은 게임과의 경계 또한 흐리게 만들 것이다. 영화는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매체로 변모하고 있다.

 

또 영화 자체와 기술적인 부분을 벗어나서 배급과 관련해서도 현대 영화 산업에선 많은 변화가 있다. 바로, “스트리밍”이다. 극장에선 매우 제한적으로 개봉하거나 심지어 아예 극장에선 개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영화들은 전통적인 배급 방식을 넘어,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 관객에게 동시에 다가가며 영화 배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결국, 이 책은 영화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현대 영화 산업과 관련된 중요한 논의들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사회적·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라는 점, 수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매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영화는 우리 삶과 사회를 반영하고, 때로는 비판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강력한 도구다. 이 책은 이러한 영화의 잠재력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며, 영화에 대한 나의 이해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현대 영화 산업은 디지털 기술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경험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와 VR 같은 새로운 기술은 영화 관람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영화는 더욱 다양한 형태와 내용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유운성의 책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영화의 본질과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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