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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의 바다 속에서 우리는.
저자/역자
김호경
출판사명
작업실유령
출판년도
2022-04-15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05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05일
서평작성자
이*민

서평내용

어느 순간부터 “플레이리스트”라는 단어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 단어는 개인의 음악적 취향에 따라 구성된 목록부터 유튜브나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큐레이션된 목록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플레이리스트는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과거 클래식 음악의 시대에서는 “플레이리스트”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연주자가 직접 연주하고 청취자가 그 현장에서 음악을 감상해야 하는 당시의 특성상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LP와 CD 같은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듣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 앨범을 통째로 듣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 또한 턴테이블 및 CD 플레이어의 물리적인 한계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렇게 취향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나열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지금, 가수와 장르가 아닌 필요한 분위기와 상황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는 경향이 새롭게 생겼다.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상위에 나오는 제목들은 대부분 특정한 분위기와 상황에 맞춘 음악 목록들이다. 예를 들어,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 “날도 좋은데 미뤘던 방 청소나 해볼까”, “뉴욕의 꽃집에서 들려오는 산뜻한 재즈 플레이리스트”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제목들은 단순히 음악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특정한 분위기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김호경의 책 『플레이리스트』는 이러한 플레이리스트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플레이리스트 문화가 어떻게 우리의 음악 소비 방식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청취자를 더 수동적인 소비자로 만들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리스트가 청취자의 음악 탐색 능력을 어떻게 저하시킬 수 있는지, 반대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비슷한 경험으로 나도 친구들과 함께 스포티파이의 잼(Jam) 기능과 블랜드(Blend) 기능을 통해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하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노래를 함께 즐기는 경험을 자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위이다. 이는 감각의 틀과 연결되며, 우리는 음악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 체험한다. 이러한 스포티파이의 잼 기능을 통해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음악을 공유하는 경험은 기술이 우리의 감각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감각적 세계를 창조하고 우리의 경험을 확장한다.

플레이리스트의 문화적, 사회적 영향은 음악의 아우라가 상실되지만 대중에게 더 접근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플레이리스트는 원본의 자립성을 지닌다. 그리고 누구나 자유롭게 가공되고 결합될 수 있는 예술적 결과물로서 이러한 변화를 잘 반영한다. 그 예시로 특정 분위기나 장소를 테마로 한 플레이리스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며, 이를 통해 청취자는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대중문화가 표준화된 문화 상품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낳는다. 플레이리스트가 청취자에게 특정한 분위기나 감정을 제공하는 방식이 때론 표준화된 소비 패턴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플레이리스트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음악적 경험은 우리의 지각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 행위는 단순한 청취를 넘어, 특정한 감각적 경험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봄날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 것은 우리의 지각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음악은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지각과 경험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많은 사람들의 음악 청취 경험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음악 선곡 성향도 변화했다.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밝고 경쾌한 음악을 찾았고, 이것은 자가 치유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팬데믹 동안 “경쾌함”, “신남”, “활발함” 같은 키워드를 가진 플레이리스트가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한 걸음 나아가서 이러한 디지털 음악 플랫폼은 새로운 음악 실천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음악가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사례가 그 예시이다. 그는 그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user18081971’을 통해 그 변화를 직접 보여줬다. 여기서 그는 창작자와 수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 경험을 제시했다. 에이펙스 트윈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음악 실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음악 청취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음악 경험을 탐색케 하며 이것은 앞서서 말한 스포티파이의 잼, 블랜드 기능과 꽤나 일맥상통한 이야기임을 강조하고 싶다.

플레이리스트 감상 문화는 전통적인 음악 감상 태도와는 상이한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케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감각에 의존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역할도 우리는 배제해선 안 된다. 사용자는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본인의 취향을 확장하며,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 음악을 접목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가 스스로 음악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타인의 추천에만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표준화된 문화 상품이 대중의 감식 능력을 퇴행시킬 수 있다는 비판과도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김호경의 『플레이리스트』는 이러한 플레이리스트 문화를 분석하며, 현대의 음악 감상자가 어떻게 음악을 소비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플레이리스트 문화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음악을 더 능동적으로 감상해야겠다는 다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플레이리스트는 우리의 음악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수동적인 소비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의 음악 경험을 형성하며, 타인의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호기심을 통해 음악을 발견하고 누리는 노력, 즉 자신의 취향을 찾는 과정인 디깅(Digging)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김호경의 『플레이리스트』는 현대의 음악 감상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 플레이리스트 문화에 대해 이것은 우리의 음악 경험을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감각에 의존하게 만드는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이를 경계하며 스스로 음악을 탐색하고 경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타인의 추천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는 비단 음악적인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향유하는 수많은 문화들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얼마나 수동적으로 선택을 해왔는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이는 세상 모든 부분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 책은 음악과 문화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갈 예정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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