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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손
저자/역자
정지아
출판사명
창비
출판년도
2022-09-02
독서시작일
2024년 07월 17일
독서종료일
2024년 07월 22일
서평작성자
노*빈

서평내용

“먹지도 못할 맹감이나 들국화를 꺾을 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도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위처럼 굳건한 마음 한가닥이 말랑말랑 녹아들어 오래전의 풋사랑 같은 것이 흘러넘쳤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버지 숨이 끊기고 처음으로 핑 눈물이 돌았다. 사회주의자 아닌 아버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주인공의 아버지 장례식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문객들을 만나며 사회주의자의 아버지가 아닌 또 다른 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주인공 아리는 평생을 빨치산의 딸로 살았다. 어릴 적부터 주인공 아리는 아버지에 대해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빨치산의 딸로 살면서 가진 설움이나 울분도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후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리의 깨달음처럼 인간은 원래 다 그런가 보다. 존재할 때는 모르나 보다. 사람들과 부대껴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각자의 사정이 얽히고설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일까. 그렇다면 아리는 빨치산의 딸로서만 자신을 바라본 게 아닐까. 어쩌면 아버지까지도 사회주의자로만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못 하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나 역시 주인공 아리처럼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고 오만하게 행동했던 적이 있다. 아리가 본 작은아버지처럼… 아버지처럼… 나는 누군가의 모습들을 몇 개나 보았을까. 아리처럼 생각해 보게된다. 아직 마주해보지 않은 나의 여러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책이었다.

 우리가 경험한 시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깊이 빠져들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게 가족이지만 모르는 면들이 수두룩하다. 나를 둘러싼 관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미처 몰랐던 내 앞에 있는 여러 손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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