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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담은 치유 이야기
저자/역자
임선우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2-03-25
독서시작일
2024년 06월 24일
독서종료일
2024년 06월 28일
서평작성자
서*민

서평내용

<유령의 마음으로>는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임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핑크빛 표지는 밝고 귀여운 느낌을 주면서도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유령들을 보면 과연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호기심을 일게 한다. 표정, 포즈, 외형이 모두 다른 8명(?)의 유령처럼 책에 수록된 8편의 이야기는 각양각색의 인물을 그린다. 작가만의 환상을 가미한 이 이야기들은 인간이 비인간으로 변하기도 하고, 평범하지 않은 계기로 만나고 모이는 관계들이 등장해 독자에게 재미와 위로를 준다.

<유령의 마음으로>, <빛이 나지 않아요>, <여름은 물빛처럼>에서는 유령, 나무, 해파리로 변하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슬픈 듯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유령을 통해 외면했던 자신의 마음을 직시하고, 해파리로 변한 여자를 만난 후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꿈을 위해 달려간다. 또 나무로 변한 남자를 통해 외로움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된다. 인간을 비인간인 존재로 만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마법처럼 신비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고민과 외로움을 다루고 있어 친근감을 준다. 낯설고 신비로운 소재임에도 인물 모두 타자와 관계를 맺고 다른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소설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또 어릴 적 관계가 멀어진 동창과 다시 만나는 <낯선 밤에 우리는>, 도마뱀을 찾기 위해 한 집으로 모이는 <집에 가서 자야지>는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헤어진 관계에서도 새로운 삶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은 생소하고 낯설면서도 위안이 된다. 아마 우리가 가는 길 어디에서든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재회로 위로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동면하는 남자>와 <알래스카는 아니지만>에서는 추운 겨울에 흙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고, 스스로 고양이라고 믿으며 회사 동료들과 관계를 끊어낸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겨울잠 자는 남자를 매주 확인하는 두 인물이 있었고, 고립된 주인공의 영역을 빨대구멍만큼씩 서서히 침범하는 아랫집 이웃이 있었다. 힘들고 고독한 사회를 견디는 현대인들에게 이들이 보여주는 온기는 따스하고 신비로운 위로가 되어 힘을 내게 한다.

마지막 <커튼 콜, 연장선, 라스트 팡>에서는 마침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주인공을 그리면서 어떤 형태든지 모든 이의 삶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지친 백수 생활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삶이라도 그립고 아름다운 삶이다. 마지막 작품을 읽은 독자는 책을 덮으면서 내가 정말로 바라는 꿈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관계와 만남을 자연스럽게 그리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각자의 소설은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인물을 그리고 있지만 그들이 힘을 내는 근원은 타인과의 관계이다. 이 사실을 작가만의 환상을 가미해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황예인 문학평론가는 임선우 작가에 대해 “아마도 이 사람은 누군가에게 힘을 내라거나 그래도 살아야한다는, 당위에 가까운 응원을 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기운을 잃어버린 마음이 어떻게 하면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하리라.”라고 이야기한다.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만남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주목하는 것이다. 신비하고 환상적인 이 이야기들은 지친 일상에서 너무 애쓸 것 없다는, 편안하고 따스한 위로를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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