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해방일지》는 전봇대에 부딪힌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딸이 전해주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소설은 딸 ‘아리’가 아버지의 부고를 언급하며 시작된다. ‘아리’가 아버지의 죽음, 장례식 등을 통해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소설이 진행된다.
‘넘 사정은 그리 빤함시로 마누라 사정은 워째 깜깜 봉사까이.“
주요 주제는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삶’이다. ‘아리’의 아버지는 구례출신으로 똑똑한 집안의 자랑이었지만, 당대 현실과 반대되는 사회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감옥까지 갔다 왔다. ‘아리’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동생, 아버지, 친구들도 연좌제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죽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들은 ‘빨치산’인 아버지 ‘구상욱’을 사상에 심취되어 주변을 챙기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할배가 그랬어라. 엄마 나라는 전세계에서 미국을 이긴 유일한 나라라고…(중략)…어린아이를 데리고 미제국주의 운운, 아버지다웠다.”
하지만 ‘상욱’은 바보 같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딸을 낳으라는 주변의 말에도 딸만 있으면 된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주변의 시선이 힘들었던 10대 소녀에게 너희 나라는 미국을 이긴 대단한 나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주변인들의 고단함을 단순히 위의 점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빨치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상은 부딪히고, 세상을 복잡해지고, 삶은 뒤엉키고 있다. 그 속에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 어렵다. 모순된 것도 너무 많아 길을 헤매기도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 소설을 추천한다. 누군가의 곧은 사상이 만들어낸, 현재를 사는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