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 가는 행위는 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황현산 작가의 <밤이 선생이다> 또한 지극히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작가 황현산이 겪었던 시대, 그가 겪었던 그 속의 사건들, 겪었던 기쁨, 슬픔, 분노 같은 원초적인 것부터 부끄러움과 수치심, 후회 같은 사회적 감정까지. 그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아무런 것에 구속받지 않은 채 마음 가는 대로 눌러 담은 <밤의 선생이다>는 말하자면, 사람의 인생을 책으로 집대성하여 표현하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방대하면서도 대단한 작품이었다.
물론 그의 인생관이 나와 맞았다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하는 그의 모습은 내게 적용하기엔 무리였다. 또한 전통을 중시하고, 깊이가 없는 휘발적인 변화를 일말의 것조차 지양하는 그의 태도는 어찌 보면 고집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유행어, 줄임말의 생성과 소멸이 빈번한 시대적 상황을 소설 <1984>의 ‘빅 브라더’가 내세우는 언어 정책에 빗대어 말하는 것으로 들 수 있겠다. 언어는 끝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며, 그래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중 작품에 대한 견해는 상당히 엇갈렸다. ‘정치는 자유로워야 하고 문화는 엄숙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눈으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아마 작가와 내가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답답해했으리라.
그럼에도 그의 인생을 통해 한 가지 배운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유와 사랑에 대한 확고한 갈망이었다. 그의 행동과 생각, 그리고 책의 단호한 어투까지 황현산 작가는 어느 하나 감추려는 생각 없이 강단있게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을 이 책에 담아냈다.
나에게 있어 그는 곁에서 지내기엔 분명히 불편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그의 인생을 통해 느낀 인간 황현산에 대한 감상이다.
이 책을 읽는데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꿋꿋하게 신념을 관철한 누군가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갔는지 궁금한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누구나 <밤이 선생이다>를 통해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내가 깨달은 그것은 ‘누구나 자신만의 자유를 원한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