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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완전히 벗어나고 싶지는 않을 때
저자/역자
황현산
출판사명
난다
출판년도
2016-05-11
독서시작일
2024년 07월 01일
독서종료일
2024년 07월 14일
서평작성자
하*빈

서평내용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문학동네)는 황현산 작가가 지난 4년간 한겨레 신문에, 그리고 2000년대 초엽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 등을 모아 만든 책이다. 1부는 사회, 문화, 정치, 교육 등에서 자신의 생각을 간결히 적은 칼럼 모음집이고 2부는 사진과 그에 관한 글모음, 3부는 1부와 마찬가지의 구성이다. 표현들은 현실적이다가도 순간순간 예쁘게 변해 잔잔한 울림을 가져준다.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책을 읽는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판타지 소설을 읽기도, 힘들 때 위로가 담긴 책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판타지는 대체로 이야기가 길어 잘못하면 책속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위로의 글은 잠깐의 사유를 원하는 날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바쁜 일상에 지쳐 현실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판타지는 부담일 때, 그렇다고 타인의 위로를 읽고 위로받고 싶은 날은 아닐 때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단순히 타인의 생각이 쓰여진 짧은 글을 읽으며 잠깐 동안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글마다 주제가 다르기 때문에 언제든 책을 덮으며 읽기를 그만 둘 수 있다.

 ‘마음속에 쌓인 기억이 없고 사물들 속에도 쌓아둔 시간이 없으니, 우리는 날마다 세상을 처음 사는 사람들처럼 살아간다. 오직 앞이 있을 뿐 뒤가 없다.’ 그는 사람들이 유행을 따르는 것을 이렇게 풀어냈다. 나는 유행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을 읽으며 잠시 사유해볼 수 있는 문장이다.

 ‘달이 밝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옆에서 부르는 아이들의 합창이 마치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처럼 아득하였다. 그리고 더 먼 곳에서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긴 꼬리를 끌고 서서히 돌고 있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시간의 부분인데 장면이 저절로 상상 되면서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잠들기 전, 혹은 현실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소설로의 여행으로 완전히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을 때, 잠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어진 이야기가 아니니 부담 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고 자신이 읽어보고 싶은 제목을 선택해 읽어보는 것도 좋다. 모든 부분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있으면 그 순간에 현실은 잠깐 잊고 간결한 문체에 집중하고 사유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런 시간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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