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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찾아올 때, 떠나갈 때.
저자/역자
임선우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2-03-25
독서시작일
2024년 07월 02일
독서종료일
2024년 07월 04일
서평작성자
박*하

서평내용

 삶이 찾아와 눈앞에 놓이면, 너무나 수수한 모습에 자칫 실망을 안아버리기도 한다. 그다지 특별하지 못한 나의 모습과 어지러운 불안들에 휩쓸린 마음 따위가 낙담하게 만들어버린다.

 특별하지 않은 삶이,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소중하지 않았던 적은 추호도 없었는데 말이다.

 임선우 작가의 <유령의 마음으로>. 누군가에게는 삶이 유령으로, 나무로, 해파리로 찾아왔던 모양이다. 작가는 찾아온 삶들이 홀대당하지 않도록 특별함을 녹은 버터처럼 한 스푼 끼얹는다. 그럼 삶의 주인들이 눈에 더 잘 보이게 된다. 그들이 어떻게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왔는지, 이들이 특별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작가의 문체는 건조하지만 햇볕처럼 따스하다. 급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읽는 이를 재촉하지도 않는다. 찾아오는 고통에게 인사를, 떠나가는 행복에게 배웅을 건네보자. 그렇게 천천히 생각을 곱씹고 정리하다 보면 금방 마지막까지 올 수 있다.

 작가의 뚜렷하고 깊은 가치관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꼭 입춘 늦추위에 산책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때는 꼭, 들숨이 폐포를 터트릴 양 채워내지 않는가. 그 청량하고 섬짓한 소름이 사랑스레 느껴진다.

 하나의 짧은 여행처럼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삶은 어떤지 문득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흑백의 무성영화처럼 정적으로 극을 이끄는 활자들과 있으면 으레 그렇게 되는 법이다. 너무 깊게 생각하면 우울해지곤 하지만 가치 없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슬퍼할 수 있는 시간도 행복의 일부가 아닐까?

 명랑한 활극을 기대한다면, 정적인 분위기를 싫어한다면 역시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내적 성장이 주가 되는 만큼 나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을 원하거나,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낀다면 잠시 스스로 고쳐 잡기 위해 읽어도 나쁘지 않다.

 요즘 같은 세상에 방황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리저리 치이고 부딪혀 제정신 차리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누군가 당신의 삶을 알아주지 못 할지도 모른다. 그렇대도 뭐 어떤가, 우리 삶은 고통과 이별로 조용히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혼자 서있는 것이 버겁다면, 작가와 함께 방황하는 시간도 어린애처럼 아름답게 기억해보는 건 어떨까. 너무 어른인 채로 남아있지 말자. 원래 알맹이 투실한 군밤도, 같이 먹어야 맛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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