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민음사) 제목을 ‘-하다’로 끝맺는다면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순간마다 곰곰이 생각했다. 작가가 유령이라는 소재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마지막 8번째 소설까지 읽고 나서야 나는 ‘위로’였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귀여운 유령이 그려져 있는 표지는 가벼운 느낌을 준다. 예상했던 대로 8편의 단편 소설 모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해 내는 작가의 독특한 취미가 드러난다.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장면으로부터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침대 발치에 놓인 거울은 「유령의 마음으로」가, 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여름은 물빛처럼」이 되었다.
“나는 유령이 우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도달하지 못한 감정들이 전부 그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유령의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손에 닿지는 않았지만 분명 따뜻했고, 너무나 따뜻해서 나는 울 수 있었다.”(「유령의 마음으로」·28쪽)
외로움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나’는 감정을 공유하는 유령이라는 존재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위로받듯이,
“저는 그날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았어요. 단 한 번만이라도 저렇게 환하고 아름답게 빛날 수만 있다면, 삶에 미련이 없을 것 같았어요.”(「빛이 나지 않아요」·59쪽)
꿈을 포기하고 사회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나’는 빛나는 해파리가 되길 바라는 김지선 씨로 인해 다시 한번 자신의 꿈을 좇을 용기를 얻듯이,
“그런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끝까지 버티면서까지 지켜 내고 싶은 것이 있는 마음은.”(「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251쪽)
급하게 죽어 버린 ‘나’는 아이돌이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버린 청소기로 인해 삶의 끝에서야 삶의 가치를 알게 되듯이,
우리도 이따금씩 타인을 통해 위로받고, 깨달음을 얻는 때가 있다. 작가는 이 타인이라는 존재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볍지만 묵직하게, 마냥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게 독자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다독인다.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은 독자로 하여금 마음속 깊은 곳에 쌓여 있는, 어쩌면 꺼내기 무서워 회피하고 있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지 말자고. 그마저도 받아들이고 충분히 슬퍼하고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그렇게 위로를 건넨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아니, 더 나아가 인물들에게 동질감마저 느껴졌던 건 나 또한 여느 ‘나’와 같이 죽어 버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허무맹랑한 판타지 소설이라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허무맹랑한 내용 속 담겨 있는 위로의 메시지가 이 소설의 매력이라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먹먹해지는 까닭은 나, 그리고 우리 모두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의 다소 어두운 분위기가 좋다. 마치 인생이 마냥 찬란할 수만은 없듯이 누구나 어두운 시기를 거쳐 간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자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책을 통해 완전한 치유를 기대할 수는 없어도 제자리에서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 또한 그러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이 책이 전달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위로라고 생각한다. 이렇기 때문에 책의 제목을 끝맺는다면 ‘유령의 마음으로 위로하다’라고 끝맺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