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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저자/역자
임선우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2-03-25
독서시작일
2024년 05월 27일
독서종료일
2024년 06월 07일
서평작성자
박*이

서평내용

「유령의 마음으로」(임선우 저, 민음사)는 여덟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이런 단편 소설집의 유일한 단점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장편에 비해 일찍 끝난다는 것이리라. 여덟 편의 이야기를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빛이 나지 않아요’. 떠나가려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좀비 해파리에게 물리면 같이 좀비가 되는 세상에서 사람이 아닌 해파리로 변하려는 사람을 돕는 주인공은 음악을 포기한 사람이었다. 마지막 고객을 떠나보낸 뒤에 주인공은 연인을 떠나 음악을 하기 위해 서울로 떠난다. 집에서 연인을 기다리고, 해파리로 변하는 고객을 기다렸던 주인공이 드디어 누군가를 떠나는 순간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아마 떠날 수밖에 없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만 같던 일상에 이유를 만들어 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빛이 나지 않아요’에서 거의 모든 등장인물은 누군가를 떠나가거나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주인공, 주인공의 연인, 주인공의 고객까지 무언가를 떠난 사람이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물론 나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그럴 것이다. 다시 돌아갈 기회를 기다리면서도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움츠리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도 그랬다. 해파리로 변하는 것을 돕는 일을 하면서 돈을 어느 정도 모아도 음악을 위해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다. 두려움, 망설임, 공포. 어느 감정으로 형용하든 용기가 없었기 때문임은 자명하리라. 결국 주인공은 서울로 향한다. 용기를 얻은 것이다. 고객이 수조 밖으로 나와 빛을 냈던 그 순간이, 사랑을 남기고 해파리가 된 그 순간이 주인공에게는 용기를 전달받은 순간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살아가는 것일까 죽어가는 것일까? 하루가 평범하고 특별한 것 없는 일상에서 무슨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새벽 4시가 되면 여지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대해 답을 찾을 기분이다. 사람은 하루하루 늙어가며 죽어가는 생물이지만 동시에 그 늙음을 가장 젊은 순간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여덟 편의 이야기를 만들었노라 한다. 정작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평범치 않음에서 도려 평범한 일상을 느꼈다. 마치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좋았다. 끝내 서울로 갈 거라 말하는 주인공에게서 도전하는 용기를 배웠다. 어쩌다가 특별한 일을 만나 용기가 생겼다면 그 순간에 다름을 추구해도 좋다고 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은 평범한 일상을 떠나기 위한 순간을 기다리는 평범한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있다.

단편들의 모음이지만, 하나 같이 평범한 일상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특별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 특별함은 세상의 규칙을 바꾸기도 하고 오직 나만을 바꾸기도 한다. 매일 같은 것 같고 남들은 다 앞서 가지만 나 홀로 멈춰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책장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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