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아버지, 그리고 사회주의자의 새로운 얼굴을 탐색하다
저자/역자
정지아
출판사명
창비
출판년도
2022-09-02
독서시작일
2024년 06월 01일
독서종료일
2024년 06월 04일
서평작성자
서*민

서평내용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2022년 9월에 출간되어 빠르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판 초기에는 4050 남성 독자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2030 여성 독자들까지 넓게 읽히게 되었다. 유시민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이 작품을 추천했고, 2023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 책방’에서 작가 토크쇼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한때 사회주의자였던 아버지가 죽은 후 딸 ‘아리’가 사흘 동안 장례식을 치르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딸 ‘아리’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관계 맺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한다. 정지아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적 허구를 더해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여러 얼굴을 이해하는 동시에 한국 현대사에서 퇴출당했던 이들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소설은 파격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덤덤하게 서술하는 화자의 정체는 딸 ‘아리’다. ‘아리’는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했지만 결국 ‘패배한 혁명가’로 전락한 아버지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아버지는 똑똑하고 올곧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장례식이 치러지는 사흘 동안 아버지와 관계를 맺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아버지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목숨을 건 동료였고, 누군가의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었으며, 어려운 형편에 처한 여고생의 마음을 열어준 동네 어른이면서도 가부장제에서 살아온 진부한 가부장적 남성이었다. ‘아리’는 한 단면으로만 보았던 아버지를 다시 기억하고, 자신은 몰랐던 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사회주의자였던 아버지뿐만 아니라 남편으로서, 부모로서, 친구로서, 동료로서의 다양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아리’는 아버지의 유골을 사회주의 활동을 벌였던 백운산이 아니라 아버지의 고향인 구례의 마을 곳곳에 뿌린다. 그리하여 책의 마지막 구절은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로 끝이 난다.

 

또한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사회주의에 대해 냉소적이면서도, 유쾌한 개그 코드로 웃음을 자아낸다. 사회주의자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나라를 말아먹은 ‘빨갱이’로 비난받았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회주의였던 작가 아버지는 “사회주의를 위해서 목숨을 걸지 않았다. 인간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사회주의가 한국의 역사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난무하지만, 작가 아버지의 말에서 보이듯 나라의 미래를 위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싸웠던 그들을 역사에서 지워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는 사회주의자를 바라보는 색안경을 없애버리기 위해 소설 초반부터 부부싸움으로 <유물론>을 거들먹거리는 등의 해학으로 그들과 독자를 친해지게 만든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유시민 시인은 2023년 알릴레오 북스에서 개최된 북토크에서 “19세기에 만들어진 이념과 그 이념을 가졌던 그분의 인생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사회주의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 속에서 진정으로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보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사회주의를 선택했던 이들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고민의 선두자가 바로  <아버지의 해방일지>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정지아 작가의 맛깔나는 글솜씨로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책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생생함을 더하고, 입체적인 등장인물로 소설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뼛속 깊이 ‘사회주의자’라고만 생각했던 아버지를 재조명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는 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나아가 한국 현대사에서 밀려난 사회주의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