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사랑과 사람 사이
저자/역자
임선우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2-03-25
독서시작일
2024년 05월 23일
독서종료일
2024년 05월 24일
서평작성자
정*운

서평내용

이 책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해파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해파리로 만드는 ‘나’와 파도에 밀려온 해파리를 처리하는 ‘구’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음악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이들은 상반된 일을 하며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초반에 느꼈던 죄책감이 점점 무뎌진다. 이 감정이 ‘나’와 ‘구’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이들은 점차 서로 다른 목표를 그리게 된다. 현실에 있을 법한 고민을 하는 ‘나’와 ‘구’ 사이에 ‘해파리’라는 요소를 넣어 일상에 판타지적 요소를 추가했다.

‘나’가 맞이한 손님 중 특별한 손님은 지선이었다. 스스로 해파리가 되고 싶어서 메뉴얼을 따랐지만, 하루가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지선은 해파리의 형상을 띤 인간이었다. 그런 변수가 가능했던 까닭은 지선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하지만 좋아해서는 안 될, 외면하고 싶었지만 외면하지 못했던 사람. 지선에게는 종종 가던 죽집이 있었다.

“둥근 그릇에서 마지막 숟갈을 뜰 때까지 식지 않았던 따뜻한 죽. 죽집 사장은 그러한 따뜻함이 있는 사람이었고, 지선 씨는 빛과도 같은 그 따뜻함을 단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선 씨가 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장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지선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온 마음으로 외쳤다. 지선은 한 번이라도 해파리처럼 환하고 아름답게 빛날 수만 있다면, 삶에 미련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현실을 마주하는 것 대신 해파리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외면은 미련으로 남았고, 미련은 인간 김지선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선 씨가 빛나지 못한 것이 그 사람을 향한 미련 때문이라면, 미련을 없애기 위해 상대를 마주해야만 했다.” 살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감정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을 때도, 직면해야 할 때도 있는 상황에서, 지선은 외면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지선은 자신에게 솔직해졌고, 죽집 사장님과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누가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있는 사람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랑에 대한 대가를 삶에 대한 포기로 받아들인 지선이 한 편으로는 이해되었다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사랑과 사람 사이에서 고민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지선을 절벽으로 밀어버리기만은 할 수 없을 것이고 생각한다. 타협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눈앞에 두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