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미국은 일본에게 진주만에서 기습공격을 당했고,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바다로 수장되었다. 이는 분명 일본에게 원한이 생길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또한 도시 하나가 통째로 지워지고 생존자들에게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현재 한일 관계처럼 불구대천의 원수로 남아있지 않고 서로의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과 일본은 최근 ‘반일 불매운동’으로 대표되는 무역분쟁을 통하여, 양국의 경제 그리고 외교에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일제강점기의 피해 보상청구권에 관한 문제였고, 박물관에서 그리고 교과서에서 볼 만한 이야기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과 이것이 쉽게 개선 될 수 없는 관계성에 대해 알 수 있다. 또한 이것을 넘어 한일 양국이 앞으로 추구해야할 방향과 서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 속 근대한일관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근대사 속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세계사적인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나가타 아키후미는 본서 이외에도 한미일관계사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저술한 바 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을 피지배, 지배의 관계를 넘어 양국을 둘러싼 국제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상호 이해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탄생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과거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대한민국과 주변 강대국의 관계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19세기 이후 동아시아 역사는 국제정치에 종속됨으로써 열강들의 영향력 내에 존재했다.
이 책은 19세기 이후부터 1945년까지의 한일 관계를 주변국들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내면서 한국과 일본이 상호 이해의 관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한일 관계가 당사자들의 결정뿐 아닌 다른 강대국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국제사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함을 통해 한일 관계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설명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국제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한일 양 국의 내부적인 상황을 ‘비교적’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본론에서는 저자가 근대 국제관계의 흐름 속에서 한일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저술하고 있는지, 이에 따른 한계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살펴보겠다.
본론 1 – 국제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근대한일관계와 서술 방식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선의 개국부터 남북 분단까지의 역사를 굵직한 사건 위주로 다루고 있다. 서구 열강들과 사건 사고를 겪으며 ‘양요’에 따른 조선의 경계심(쇄국) 강화, 일본의 개국과 정한론 등장, 일본의 조선 병합에 대한 열강들의 태도 등과 같이 한반도의 시대 흐름을 나열하면서 그 속에서 조선-일본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근대사를 서술하기에 앞서 고대 조선과 일본의 관계를 간랸히 소개하며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일 관계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물, 사건 등을 국제정세와 엮어 서술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거시적 관점으로 양국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점은 책의 전반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러일전쟁 후의 국제관계에 대한 관계도를 제시함으로써 뚜렷하게 나타난다. 러프동맹, 영일동맹, 삼국동맹을 비롯해 국가 간의 협상과 각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독자가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일본의 조선 병합에 대한 미국의 입장 제시도 마찬가지다. 한국과의 관계보다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한국을 곤란한 존재, 귀찮은 존재로 인식했던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대한정책에 대해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서술을 통해 국제관계 속에서의 역사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한일 양국의 역사적 사건을 주변 강대국들의 입장과 더불어 다루고 있다. 단순히 근대한일관계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것을 넘어 거시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고 과거를 답습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부분에서 의의가 있다.
본론 2 – 다자적인 관점의 한계와 극복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열강들을 엮어 그 관계성 속에서 한일 관계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자적인 관점에서 다루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 흐름을 따라가기 벅차다는 한계 또한 존재 한다. 또한 국제정치사에 치중한 나머지 내부적인 요인을 후자로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책의 옮긴이는 ‘저자가 한국과 일본에 대한 강대국들의 정책과 동향을 분석하여 일본에 의한 조선의 개항, 한국보호국화와 병합, 식민지 지배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일본에 있지만, 자국의 이익과 안위를 위해 그것을 용인해 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에게도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서론에서 언급했듯 한일 양국의 내부적인 상황을 ‘비교적’ 배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였는데 한국과 일본의 관계성보다 강대국의 동향에 지나치게 주 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의 구성 측면에서 봤을 때 독자 입장에서 물 흐르듯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주변국들의 상황과 엮어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인물이 이후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는 등 단순한 시간 흐름에 따른 서술이 아니라는 것이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또한 최근의 연구 동향이나 현재 국제정세와 관련한 서술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저자가 추구하는 관점이 국제정세 속의 한일 관계인 만큼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 입장에게 최근의 흐름을 소개하였다면 앞으로 추구 해야 할 방향성을 더욱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의 2장에서 러일전쟁과 관련하여 최근의 연구 성과를 간략히 소개하였는데 이것을 발전시켜 중요 사건의 최근 평가나 현대와의 관계성을 서술했다면 책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시적 관점, 그중에서도 강대국의 동향에 치중한 서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대비되는 양자를 설정하여 두 집단의 관점에서 사건을 서술한다면 이를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한일 관계에 있어서 한국의 대표 집단, 일본의 대표 집단을 설정하여 국제적인 사건 또는 내부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시대에 국한되는 집단을 설정할 경우 서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마무리
저자는 한일 관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통해 양국이 상호 이해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 책을 저술하였다. 또한 19세기부터 1945년까지라는 범위를 설정하기에 앞서 고대 조선과 일본의 역사를 간략히 제시함을 통해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제공하였고, 본서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서술을 통해 독자에게 핵심을 전달했다. 그러나 국제관계 속의 역사성에 주목하면서 내부 양상을 관찰하는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다고 보 였다. 한일 관계를 주변국들의 상황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이것이 한일 양국 간의 내부적인 요인을 자세히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한일 관계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정권의 이양과 함께 ‘반일 불매운동’으로 대표되는 전 정권의 태도에 반하는 한일 관계 회복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지만 단기적으로는 꽤나 큰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이 분 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총리의 현충원 방문과 지소미아 협정의 부활 그리고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복구 등의 성과를 가져왔다. 또한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권 세력의 지지 또한 얻을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의 비판과 더불어 러시아와 중국의 압박이 강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의 제국주의 강대국 사이의 대한민국은 현재도 공산세력과 자유세력의 충돌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을 바탕으로 강력한 힘들의 충돌 속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현재를 발전시키고 지켜내야 할지에 대한 성찰과 지식을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