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기본 배경으로 세계국과 야만인 보호구역은 차이가 있다. 세계국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의 계급으로 나누어 자라고 야만인 보호구역의 인간은 야만인으로 산다. 세계국은 태어나기 전부터 그리고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순간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고 자라지만 야만인은 그렇지 않다. 서로 다른 교육을 받고 문화를 가지기 때문에 개인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모든 게 다르다. 아니, 천차만별로 다르다.
이 점은 사실 그저 책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현재 우리 세상에도 존재한다. 지구에는 약 80억 명이 살아가고 있고, 국제 승인을 받은 국가는 195개가 있으며, 수많은 종교가 존재한다. 국교로 지정하여 모든 국민이 특정 종교를 믿는 반면, 우리나라처럼 종교를 개인의 자유로 인정하고 개개인이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나라도 있다. 어찌 보면 종교 단 하나의 차이로도 개인의 생각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하물며 0에서부터 100까지 모든 것이 다른 세계국과 야만인 보호구역이 어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의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며 11개국을 경험하였고 군대도 KATUSA로 입대하여 미군과 생활하였다. 그렇다보니 수많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언어적 차이, 문화적 차이, 생각적 차이 등 다양한 차이를 느꼈고 그 중 기억에 남는 몇몇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머리 작다는 말이 칭찬이지만 미국에서는 기분 나쁜 표현이다. 두바이에서는 지하철을 탈 때 남자와 여자가 서로 구분된 칸에 탑승한다. 싱가포르에서는 길거리에 침을 뱉으면 최대 벌금으로 1,000$을 내야 한다. 중국은 지역별로 다른 중국어를 사용한다. 겉보기엔 같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서로 아는 중국어가 다르기 때문에 소리만 지르는 경우도 있다.
내가 살아온 대한민국을 세상의 전부, 내가 받은 교육이 세상의 모든 지식, 내 문화가 세상 전체의 문화라고 전제하고 이 에피소드들을 바라본다면 세계국의 사람들처럼 다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유교사상이 당연한 사람이 어떻게 미국의 교수와 학생이 이름을 부르는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남녀평등을 배우고 자란 내가 남녀 칸이 나뉘어져있는 지하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렇듯 역지사지하면 세계국 사람들이 야만인을, 야만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더럽다”, “역겹다”, “아버지는 배설물처럼 더럽고 야비함을 뜻하는 어휘이다”. “어떻게 그렇게 불순한 일을 할 수 있냐” 등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본인이 사는 세상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배웠고, 전부라고 알고, 전부임에 틀림없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찌 충격을 안 받을 수 있을까, 단번에 받아들이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다름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세계국 국민들과 나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나는 그 이유를 교육에 있다고 본다. 나는 유치원에서 중국어 수업이 있었고 요즘은 아예 영어로 모든 걸 다 하는 영어 유치원도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다문화에 대해 배우고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을 하기도 한다. 이미 여기까지만 봐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와 언어에 노출되어있다. 무의식중에 다른 문화와 언어, 생각 차이를 받아들이는 장벽이 낮아지는 것이다. 거기에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해외여행을 꾸준히 다니며 직접적으로 차이를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세계국을 보면, 그들이 가르치는 것이 세상의 전부이고 다른 것은 100% 틀렸다고 교육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만들어 갈 큰 그림을 위해 편향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 교육법이 나와의 차이점을 만들었다고 본다. 이들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 다른 생활, 그들과 다른 것은 모든 것을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예를 들어, 1이 1이라고 평생을, 몇백 년을 교육받은 우리가 사실 1이 1이 아니라 0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교육의 차이가 근본적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