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아메리칸 드림에 숨겨진 이면과 희생자들
저자/역자
데이비드 그랜
출판사명
프시케의숲
출판년도
2018-10-10
독서시작일
2023년 11월 26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01일
서평작성자
이*찬

서평내용

‘플라워 문’은 1920년대 초, ‘오세이지족 연쇄살인’이라는 실화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논픽션 소설이다. 이 사건의 전체적인 그림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원주민 강제이주가 만연하던 서부개척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부개척 시절, 강제로 고향을 떠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쫒겨났던 원주민들이 많았다. 그중에 오세이지족 또한 있었다. 이들은 고향이던 미시간을 떠나 오클라호마라는 농사짓기 매우 척박한 땅으로 강제 이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땅은 미국에서 석유가 매우 풍부한 지역 중 하나였고 곧 그들은 세상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주민들이 된다.(현재 물가 기준으로 1인당 매년 2억원 이상의 로열티가 지급됨)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어마어마한 부는 오세이지족이 다시금 비극으로 빠지게 되는 원인이 되고 만다. 각지에서 돈 냄새를 맡고 수 많은 외지인이 이주해 왔고 그 중에는 오세이지족의 돈을 노리는 범죄자와 사기꾼도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미 정부는 오세이지족은 문명인이 아니라 유아와 같은 존재이므로 경제 문제를 다룰 능력이 없어 백인 후견인을 강제로 둬야하는 법을 제정했다. 즉, 오세이지족은 본인들의 돈도 후견인의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이 후견인들이 임의로 막대한 수수료를 갈취한 것은 덤이다. 게다가 오세이지족의 광물권은 상속을 제외하고 양도가 불가능하였는데 이를 악용하여 후견인과 사기꾼들은 원주민 여성과 결혼한 뒤, 독살과 자살 위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주민들을 살해하여 오세이지족의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도 흔했다.

이 책을 보며 미국이 자랑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1620년 메이플라워호의 첫 이민자를 시작으로 ‘우리는 인종,종교,신분을 떠나 새로움 꿈을 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 라는 자부심을 가진 나라이다. 이를 헌법 정신으로 못박았으며 이를 통한 서부개척은 미국의 역사 교과서가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을 강조할 때 항상 강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아메리칸 드림을 공유하지 않는 민족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계 흑인과 네이티브 아메라칸 즉, 원주민이다. 특히 원주민은 그 수가 아프리카계 흑인 보다 적어 그들의 희생과 탄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의 주요 소재인 오세이지족 연쇄 살인 사건 또한 미국 내에서도 책이 출판되기 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쫒겨난 황무지에서 엄청난 행운으로 거대한 부를 일궜지만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이용당하면서 결국 자신의 남편 조차도 믿지 못하는 원주민 여성의 심리를 묘사 하는 부분에서는 참 마음이 아팠다. 게다가 결혼한 원주민 부인을 사랑하지만 가족주의를 강조하며 부인을 천천히 독살시키라는 삼촌의 강압과 그 안에서 갈등하며 결국 본인의 가족을 파괴하는 주인공의 장면은 등골이 오싹한 지점이었다.

오세이지 족에게 5월의 달은 들판에 꽃이 만발하는 풍요를 상징한다. 그래서 소설의 원제가 플라워 문일 것이다. 하지만 5월의 달이 뜨면 코요테가 울며 돌아다니며 이 꽃들을 짓밟고 다닌다고도 한다. 풍요를 가져온 석유가 오히려 원주민을 죽이는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미명에 가려져 오늘날에도 잘 안알려진 현실을 생각하며,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이민자와 소수자의 역사에대해 숙고하게 만드는 이 책의 일독을 추천드립니다.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