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우연, 아주 조그만 초능력, 평범하고 작은 친절, 자주 마주치는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속의 세 인물 재인, 재욱, 재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삼 남매이며, 엄마의 강요로 다녀온 여행에서 평범하디 평범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온 후 아주 조그만 초능력을 얻는다. 화학 실험을 하느라 손끝이 성할 일 없는 재인에게는 손톱이 아주 단단해지는 능력이, 사고를 당해 인지능력이 약간 떨어진 재욱에게는 위험을 시각적으로 감지하는 능력이, 자주 지각하는 이유가 엘리베이터가 느려서라는 재훈에게는 엘리베이터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초능력이 어떤 이유로, 어떤 원리로 생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사소한 능력이 가족과 친구, 여러 타인의 인생을 지킨다는 것이다.
각각 Save 1, Save 2, Save 3가 쓰인 쪽지를 받은 재인, 재욱, 재훈은 각자 사건이 있고 난 후, 그게 누구를 가리킨 말이었을지 생각한다. 다들 각자 하나, 둘, 혹은 셋을 구했다고 생각하지만, 이후에 있을 이야기를 생각하면 그게 끝이 아니다. 재인이 손톱을 연구해 개발한 바이오 신소재가 동료들을 혹시 모를 실험 사고로부터 지켜낼 것이고, 재욱이 사막에서 구해낸 두 명의 아이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며, 재훈이 사고를 막아 학생들의 인생 역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스노우볼 효과처럼, 아무것도 아닌 우연이 계속 이어져 커다란 기적을 만들어 낸다. 현실이 마냥 소설 같을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곤 한다. 평범하고 작은 친절 혹은 다정함이 다른 누군가에겐 기적 같은 일이 될 수 있다면 아낄 이유가 있을까. 서로를 향한 혐오를 쉽게 표출하는 요즘,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실천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