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중간고사 기간 때 시험 공부를 하다 갑자기 오랜만에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안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학창시절 구병모 작가님의 <한스푼의 시간>이라는 소설을 인상 깊게 읽었다. 휴머니즘이 담긴 작가님의 이야기들은 읽을 때마다 나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구병모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요즘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인지도 잘 모르겠고, 딱히 생각 나는 다른 책들이 없어서 구병모 작가님의 책들을 모조리 검색해보다가 제목이 흥미로운 이 <파과>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45년간 청부살인업자로 살아온 64살의 할머니, 조각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용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기르며 남들과는 정을 주고받지 않는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이다. 방역 업체의 이름을 한 살인 청부 에이전시에서 의뢰를 받아 아직까지 현역이다. 같은 방역 업체에서 일하는 투우라는 사람이 있는데, 유독 이 남자와 갈등이 생긴다. 조각은 예전에 투우의 아버지를 살인했었는데, 투우는 이를 복수하기 위해 조각에게 적대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고, 조각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조각은 자신이 늘 치료받던 의사가 아닌 강 박사에게 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 강 박사네 가족들과 엮이게 되고, 조각은 마음 속 한켠에 강박사네 가족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피어나게 된다. 이를 눈치챈 투우는 강 박사의 딸을 납치하고, 강 박사의 아버지를 살인청부하라는 건을 조각에게 넘긴다. 조각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이 살인청부업을 시작한 16살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진심으로 강 박사 가족을 구하고자 애쓴다.
파과의 뜻은 여자의 나이 16세를 이르는 것, 그리고 흠집이 난 과실 이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각이 살인청부업을 시작하게 된 16세 무렵의 시점과 지금이 교차하고 있고, 강 박사의 복숭아 가게의 말라 문드러지는 복숭아들을 보며 조각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보면 ‘파과’라는 두 가지 뜻을 모두 떠올릴 수 있었다.“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라고 늘 되뇌이던 조각이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강 박사네 가족들을 점점 지키고 싶어하는데, 그리고 일평생을 냉혈한으로 살아오던 할머니가 자신이 지키고자하는 한 가족을 위해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인상깊었다. 하지만 그렇게 변화해가며 지키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게 슬픈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투우도 조각을 예의주시하기만 하다가 조각에게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바로 이를 이용하여 복수를 한 것을 보면 ‘지켜야 할 것’ 있다는 것은 마냥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파과>를 읽으면서 나도 내가 지금 나에게 있어서 지키고 싶은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조각이 강 박사네 가족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처럼 인간관계,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인간관계를 통해 스트레스 받아서 울기도 울었고, 너무 행복해서 많이 웃기도 웃었다. 그래도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내 마음의 결핍을 채우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붙잡고 있는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더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