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상실, 극복의 대상이 아닌 인정의 대상
저자/역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명
문학사상
출판년도
2022-01-14
독서시작일
2023년 12월 01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02일
서평작성자
신*경

서평내용

이 책에서 하루키가 말하고자 하는 건 하나다. \”상실이란, 극복이나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인정과 수용을 통해서 받아들여하는 대상이다\” 이 문장을 말하기 위해 358p 짜리 장편 소설을 썼다. 철저히 주인공 \’하지메\’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소설이고, 여타의 하루키 소설과 같이 외설적인 표현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전혀 현학적이거나 초현실적이지 않다. 직관적인 내용이었기에 \’상실\’이라는 심오한 주제임에도 아주 빠르게 읽었다.

\”무엇을 위해 울어야 좋을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누구를 위해 울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타인을 위해서 울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나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이었고, 나 자신을 위해 울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229p

하지메는 시마모토를 잃었다는 \’상실\’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소설의 초반부터 끊임없이 시도한다. 이즈미를 만나며 시마모토를 잊으려 노력했고, 유키코와 결혼하며 피상적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들은 너무나 뻔하고 별것도 아니었던 시마모토의 \’출현\’ 여타의 행위가 아닌, 그저 그녀의 \’출현\’ 만으로 하지메에게 속박이자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변모하고 만다. 그리고 위의 문장이 그러한 하지메의 상태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상실에 잡아먹힌 하지메는 우는 것조차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울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설의 결말부 하지메는 유키코와의 대화를 통해 진정 자신을 돌아보고, 과오와 마지막까지 그를 괴롭혔던 시마모토에 대한 상실을 수용한다. 그리고 그러한 수용을 통해 하지메는 마침내 과거 자신을 잡어 먹었던 \’상실\’을 바라보며 유키코의 손이 그의 등에 닿으며 끝난다.

소설의 내용과는 별개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재즈에 미쳐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된 책이었다. 하루키의 <잡문집>을 이전에 읽었을 때도 \”진짜 재즈에 진심인 사람이다\”라고 느꼈는데, 이번 소설의 주인공 또한 재즈를 엄청 좋아하고 심지어 재즈바를 운영하기도 하니까. 만약 나도 재즈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재즈와 관련한 부분이 나왔을 때 반갑게 읽었을 것 같다.

아주아주 몰입해서 읽었던 책이고, 솔직히 하루키 책을 읽어봤다면 느끼겠지만, 흠칫 놀라는 장면들이 꽤 많이 나온다. 그러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하루키 소설이 비판받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소설에 정반대되는 장면과 내용들을 삽입함으로써 내용적 측면에서의 환기를 노린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분명 재밌는 소설이었다. 나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꽤나 많이 던진 책이기도 한 것 같다. 마지막은 소설 속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이다.

\”어떤 종류의 일들은 되돌릴 수 없어. 한 번 앞으로 나가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 만약 그때 뭔가가 조금이라도 뒤틀렸다면 그건 뒤틀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마는 거야\”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217p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