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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짊어질 우리에게
저자/역자
권순용
출판사명
위즈덤하우스
출판년도
2021-11-17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06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13일
서평작성자
김*준

서평내용

과학은 자연의 궁극적 신비를 풀지 못할 것이다. 자연을 탐구하다 보면 자연의 일부인 자기 자신을 탐구해야 할 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 막스 플랑크

-반도체, 넥스트 시나리오, 권순용, p.8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뇌는 반도체이다. 먼저, 반도체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조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

반도체는 모래의 주성분인 실리콘으로 만든다. 인텔은 이를 이용해 자신들이 만든 반도체를 홍보하며 모래가 칩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는 반도체가 근처 광안리만 가도 얻을 수 있는 모래가 주성분이라니, 허탈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공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 재료 공학이나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반도체의 물리적 특성을 다르게 표현하였다.

공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반도체에 관해 묻는다?

전기가 반만 흐르는 소재

실제로 반도체는 영어로 semiconductor다. semi는 \’~에 준하다\’라는 뜻의 접두사다. 따라서 condoctor, 즉 \’도체\’에 준하는 소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 반도체에 관해 묻는다?

전기전도도가 도체와 부도체 사이인 소재

전기전도도는 전기비저항에 반비례한다. 이 전기비저항을 기준으로 소재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그 중간의 반도체로 나뉜다. 이때 고체 소재는 대체로 전기전도도가 굉장히 높다. 금, 은, 구리 같은 금속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고무 같은 소재는 전기전도도가 매우 낮다. 그 중간에 존재하는 것이 반도체다.

재료공학이나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반도체에 관해 묻는다?

에너지 밴드 갭이 적당히 좁은 소재

반도체는 때로는 전기를 흘려주고, 때로는 흘려주지 않는 스위칭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자가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된다. 만약 원자들이 서로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다면 어떠한 힘도 그들 사이에 간섭하지 않으나, 원자들을 가까이 붙이면 서로 영향받아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붙이면 전자들이 움직이는 영역이 자연스레 겹쳐 넓어지며 전자는 원자핵을 돌 때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는데, 그 대역폭이 바로 \’에너지 밴드\’다.

이 에너지 밴드는 가전자대와 전도대로 구성되며, 전기나 빛 같은 외부 전극이 가해지면 가전자대에 있는 전자가 전도대로 올라가게 된다. 이때 몇 개가 올라가는지에 따라 전기전도도가 달라진다. 전자가 떠나가며 가전자대에 생긴 구멍을 양공이라고 한다.

전자에게 인격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전도대가 가전자대보다 너무 높이 있다면 전자가 가전자대로 올라가기 위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투덜대지 않을까? 

구리 같은 도체는 이 에너지 밴드 갭이 좁거나 아예 없고, 고무 같은 부도체는 에너지 밴드 갭이 엄청나게 넓다. 반도체는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외부 자극을 주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높이다.

외부 자극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자. 이는 \’반도체의 전자는 외부 자극을 주지 않으면 가전자대에서 전도대로 올라가지 않으나, 전기나 빛을 쏘면 올라간다. 즉 전기가 통한다\’라는 반도체의 매우 기초적인 원리를 설명하게 한다. 이렇게 반도체는 때로는 전기를 흘려주고, 때로는 흘려주지 않는 \’스위칭(switching)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까지가 반도체의 지극히 물리적 특성에 관한 설명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반도체는 전자 제품의 주요 부품으로서의 반도체를 의미할 때가 많다. 주요 부품으로서 반도체는 IC(집적 회로)라 부르게 되는데, IC란 반도체라는 소재로 만든 소자, 즉 최소 단위의 전자 부품을 회로를 따라 오밀조밀하게 집적한 다음, 기능을 수행할 때 방해받지 않도록 포장한 것이다. 이 IC의 핵심 기능이 반도체의 물리적 특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반도체라고 부르게 된다.

IC는 정보를 처리하거나 저장하는데, 이는 전자를 통하게 하거나 통하지 않게 함으로써 가능하다. 컴퓨터 내 A,B라는 정보 두 개를 정보 A는 전자가 통하는 상태로, B는 전자가 통하지 않는 상태로 구분하는 식으로 말이다. 구체적인 예로 우리나라 최고의 수출 품목인 D램이 있다.

\”헨리 포드(Henry Ford)가 저렴하고 튼튼한 자동차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왜 말을 안 타고 그딴 걸 만드는지 물었죠. 그러나 포드는 도전했고 성공했습니다.\” – 일론 머스크

-반도체 넥스트 시나리오, 권순용, p.170

2014년 행동심리학자이자 미시건대학교 교수인 첸얀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들에게 어떤 문제를 낸 뒤 절반은 도서관에서, 나머지 절반은 인터넷을 검색해 답을 찾게 하였다. 결과를 보면 인터넷을 검색한 사람들은 7분, 도서관에서 책을 뒤진 사람들은 22분이 걸렸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15분을 절약하게 된 것이다. 시간은 돈인 이 시대에, 하루 35억 건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구글로만 제한해도 인류는 매일 525억 분의 시간을 아끼는 셈이다.

유한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시간 절약은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는 데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술은 더욱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있다. 영화나 책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던 것들이 뛰어난 기술자들에 의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무조건적으로 참여해야하는 미래 기술에 관한 포스터 대회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린 기억이 있다. 외형은 일반적은 자동차에 양쪽에 새의 날개가 펄럭거리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께름직한 형태의 상상이 2024년 미국에서 상용화될 예정이다. 물론 내가 상상한 모습은 아니다. ‘우버’가 교통 정체의 대안으로 제시한 ‘비행택시’가 그것이다. ‘우버’가 공중이라면 ‘머스크’는 지하다. 그가 고안한 하이퍼루프(hyperloop)는 땅 속에 설치한 저압 튜브를 따라 시속 1,200킬로미터의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일종의 고속 도로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10분이면 도착하는 속도이다. 전국에 장거리 연애를 진행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 칠 일이다.

우버의 비행자동차,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두 가지 모두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나,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이 걸리기는 한다. 기술자들은 이러한 몇 분이라도 가만두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 시간마저 완전히 없애는 법을 고안하였고,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바타(avatar)다. 로봇을 이용하든, 홀로그램을 이용하든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내기만 하면 된다. 시야를 공유하는 VR 헤드셋을 쓰고, 행동 또는 촉각을 전달하는 특수한 의상을 입으면 될 것이다. 물론 2022년 초등학생이 미래 기술에 관한 포스터 대회에서 ‘VR과 특수의상을 이용한 세계여행’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릴 만큼 현실 세계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동공이 커지며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들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성능 좋은 컴퓨터가 필요한데, 양자 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데이터 단위는 비트로, 1, 또는 0의 값을 가진다. 반면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는 그 값이 1인 동시에 0이다. 이 때문에 더 적은 연상 과정을 거쳐 더 빨리 결과를 도출하며, 자연스레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로 3년이 걸릴 계산을 양자 컴퓨터는 1초 만에 끝낸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9,460만 8,000분의 1로 줄어든 꼴이다.

컴퓨터 성능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어 페이스북부터 구글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metaverse)\’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며 자신들이 메타버스에 진심인 것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 메타버스 세계 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를 사용될 것이며, 이 또한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지금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여 진정한 화폐로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젯 밤, 귀갓길에 \’아이언맨 변신 장면 – 슈트 입는 장면 총정리\’라는 영상을 재밌게 봤다. 아이언맨의 초기에는 기계적인 작동(접합, 볼트-너트 조임)으로 슈트를 입고 벗으나, 최근에 개봉한 시리즈에서는 나노 기술을 접목시킨(어제 알아 보았던), 웨어러블 소재에 적합한 유기 소재 반도체 슈트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퀀텀닷의 배경을 알기 전까지는 \’이제는 마법까지 쓰네\’라고 비아냥 거렸던 영상에 사실은 기술자들의 염원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이 말을 \’아는 만큼 재밌다\’로 바꿔 표현하고 싶다. 

아이언맨 뿐만이 아니다. 어벤져스 속 히어로, \’스콧 랭\’은 극 초반에는 평범한 좀 도둑으로 나오지만 전기공학과 석사학위를 가진 지식인이었고 이 이유로 제 2 앤트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앤트맨은 \’행크 핌\’박사의 핌 입자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브루스 배너\’는 감마폭탄을 제작하기 위해 연구하는 박사였고, 폭발사고로 인해 감마선에 노출되어 \’헐크\’로 변신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과학은 과학으로, 기술은 기술로 끝나지 않는다. 기초 과학을 기반으로 실험한 연구가를 통해 공학자들은 기술을 만들어 낸다. 이에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앞으로 이러한 싸이클은 더욱 더 빨라질 것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는 다방면의 차원을 볼 수 있는 시각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나무를 보는 짧은 호흡보다, 숲을 보는 긴 호흡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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