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얇은 책이다. 막상 책을 택배로 받고 보니 얇다는게 더 크게 느껴졌다. 다만 이렇게 얇은 책임에도 양장본으로 출간된 것 처럼 그 속의 내용까지 얄팍하진 않다.
책에서는 과거에 인간들이 그랬던, 현재에도 행하고 있는 ‘규범의 당위성을 자연에서 찾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규칙의 이유를 자연의 모습에서 찾는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흔히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자연에서 수컷 동물들이 무리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인간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막았다던가, 짐승들의 태어날 때 부터의 천성을 고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들을 계급으로 분류해 그 틀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하게 했다.
현대로 오면 동성간의 연애와 결혼을 자연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며 비난하고, 법적으로까지 막아버린다. 좀 더 흔한 모습은 자연의 환경에서 다른 무리 구성원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구성원들이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개체는 특히나 포식자의 눈에 띄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도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따르고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은 똑같이 하지 않도록, 해서는 안되는 일로 가르친다. 정작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왜 해서 안되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대다수의 답변은 ‘남들이 그러니까’로 귀결된다.
책을 읽으며 여태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벽을 깨부수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의 이런 ‘당연함’에 대한 족쇄들은 사실 얼토당토 않는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자연에서 짐승이 땅 위를 발로 걸어다니는 것이 당연하다 한들, 그것은 물속의 생명체들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다. 단지 그곳에는 필요에 의해 물 속 바닥을 걷는 개체도 있고, 물 속을 헤엄치는 개체도 있으며, 물과 육지를 넘나드는 개체도 있을 뿐이다.
굳이 이런 책을 읽지 않더라도 요즘은 이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반화’와 ‘당위성’에 맞서는 흐름이 더욱 눈에 띈다. 사람들은 더이상 ‘평범’을 지향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람’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자신이 [행인1]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인식되길 원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녹여낼 수록 더 불안해질 수도 있다. 이제 그 어디서도 ‘이렇게 해야만 한다’라는 것을 찾을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태 그랬듯, 인간은 방황을 통해서 자신의 답을 찾아낸다. 여태까지 방황을 시스템적으로 막아왔기에 오히려 지금 사회에서 그로 인한 염증들이 터져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정답이 꼭 나에게도 정답일 수 없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당연한 사실과 효율을 위해 가르치는 시스템은 다른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중요한 사실들에 대한 구별법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에 책을 통해 알아만 둔다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정말 도움이 될 안목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