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가치는 몇 년을 살았느냐가 아니라 인생의 교훈을 얼마나 잘 받아들였는지, 인생의 다양하고 복잡한 경험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정제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 줄리 입 윌리엄스, p.23
작년인 2021년 3월, 11월에 내 가까이 계시던 할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네 살 증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20년 남짓 주변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된 성인이 된 후의 두 번에 걸친 눈물의 장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를 하곤 한다. 이 말에 철학을 담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저 자신이 살면서 가지고 있는 문제를 유머로 승화하여 힘들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테지만, 실제로 침대에 누워 죽을 날을 기다리고 확률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음\’이란 어떠한 것인지 궁금해지고는 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4기 암을 앓고 있는 당시에 책을 쓴 것 같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지게 될 소중한 남편과 아이들을 위하여, 또 죽음이라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 벽을 마주하고 있는 누군가를 위하여 펜을 잡았다. 그녀는 죽음에 대해 꽤 솔직하다. 자신을 걱정하는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이 떠나면 외롭게 될 이들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울곤 한다. 자신이 왜 이러한 일에 처해야 하는지 세상을 원망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무기력해지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 상황 속에서도 이성을 찾으려 노력하여 막바지 자신이 짊어져야 할 고독을 인생의 여정의 일부라고 받아드린다.
\’만일 내가 저자와 같은 상황이라면\’하는 조심스러운 상상을 한다. 나는 경험하지 않았으나 암이라는 질병이 주는 무한한 고통과 두려움을 전해들어 알고있다. 그러한 고통을 동반하며 저러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남겨질 나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글을 쓰며 내 인생의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세상을 원망하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내 삶의 여정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일상의 고통에 매몰되지 말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세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고 확률 따윈 무시하세요. 아들, 딸, 남편, 아내와 보내는 시간을 즐기세요. 살아가세요, 친구들. 그저 살아가세요. 여행을 하세요. 여권에 스탬프를 모으세요.
-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 줄리 입 윌리엄스, p. 368
총 8일에 거쳐 한 사람이 남기고 간 글을 읽었다. 나에게 이 8일은 쉽지 않았다. 시험기간이 겹치기도 했고 각종 ppt제작, 대회 준비에 자소서까지 작성해야함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는 당장 오늘 하루를 버틴다는 생각을 가진 초점 없는 눈빛으로 살았다. 이런 상황인 나한테 보이지도 않는 죽음을 말하는 책이라니. 처음에는 약간의 괴리감이 들었다. 작가의 죽음에 대한 엄청난 정신력과 용기는 너무 멋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미 돌아가신 분이 쓴 몸과 정신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함께하기 조금 힘겨웠다. 이때까지는 그저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말하는구나 싶었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삶\’에 대한 책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가감없이 표현하며 자신이 살았던 삶을 회기함으로 현재의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고개를 들어 산을 봄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앞서 읽었던 \’지혜의 심리학\’에서 소개하는 \’접근동기\’를 일으키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추구하게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국 죽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까봐 땅만 보고 걸어서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이 책이되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이 되는것이 너무 멋진 것 같다. 스토리가 있는 삶과 죽음. 지금 나는 나의 인생이라는 굵은 책 중 어느 페이지에서 머무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