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패터슨과 삶의 가치
저자/역자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1-12-05
독서시작일
2022년 08월 24일
독서종료일
2022년 08월 26일
서평작성자
임*완

서평내용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반복되는 잔잔한 일상을 통해 특별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주인공 패터슨은 항상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시계를 보며 기상하고 아침을 먹고 출근하여 운전대에서 혹은 아내가 싸 준 점심을 먹으며 시를 쓴다. 또한, 항상 같은 버스로 같은 루트를 운전하며 매일 직장 상사인 도니에게 ‘괜찮아요?’ 라는 안부 인사를 건네고, 퇴근하여 우편물을 확인한 후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저녁을 먹은 후 반려견 마빈과 산책하며 바에 들려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반복적이고 잔잔한 일상을 지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번 단조롭게 진행되던 이 영화에서는 금요일부터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버스가 퍼지고 마리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에버렛의 장난감 총 자살 소동이 일어나며, 패터슨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그의 활력소이자 쉼터인 시를 적어놓은 노트를 반려견 마빈이 다 찢어놓기도 한다. 수첩이 찢긴 것에 대해 매우 상심한 패터슨은 기분 전환 겸 들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폭포 앞에서 일본인 시인을 만나게 되고 그가 준 노트에 다시 시를 적어가기 시작한다.

패터슨은 큰 사건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여느 책들과는 달리 소소하고 잔잔한 주인공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잔잔한 그의 일상 속에서도 그의 주변엔 검정색과 원문양에 집착하는 로라의 모습과 매번 불만을 토로하는 상사 도니, 이상하게 주인인 패터슨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보이는 반려견 마빈의 행동들, 오사카 시인과 패터슨 시인 그리고 어린 시인과 어른 시인 등 시인들의 만남, 패터슨 시 출신의 유명인들, 매번 등장하는 쌍둥이 등 작은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패터슨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영화 속 시 ‘Love Poem’ 중 ‘난 담배가 되고 당신은 성냥 되어 혹은 나 성냥되고 당신은 담배 되어 키스로 함께 타올라 천국 향해 피어오르리라’라는 대목이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불과 담배가 모두 필요하며, 그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기에 아무 의미를 담지 않은 말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패터슨이 이를 로라와 자신의 사랑으로 비유하여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그들의 사랑과 그로부터 얻은 행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표현을 담배와 키스로 표현한 부분이 매우 감명깊게 다가왔다.

인테리어와 옷을 리폼하는 것을 즐기며 기타와 노래에 관심이 많은 활동적인 로라와는 달리 규칙적이고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패터슨을 보며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성간의 사랑에 대한 경험이 없기에 연인과 부부는 당연히 서로 많이 닮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로라와 패터슨은 상대에게 자신과 비슷한 모습으로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대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로라는 패터슨에게 ‘최고의 시인’ 등의 패터슨의 장점을 극대화 시킨 칭찬들로 자존감을 높여준다. 패터슨은  재정적인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로라의 컨트리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지켜주기 위해 기타를 사주고, 맛없는 파이를 맛있다며 미소 띤 얼굴로 먹기도 한다. 또한 그의 시 ‘Love Poem’에서 ‘빛, 내가 당신보다 일찍 깼을 때, 당신이 날 향해 누워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늘어트린 머리칼을 보면 나는 용기를 내 당신을 들여다 봐. 벅찬 사랑과 두려운 마음으로. 행여나 당신이 눈을 떠 화들짝 놀랄까봐.’의 부분은 로라에 대한 패터슨의 숭고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사랑 방식을 보며 이성 간의 사랑,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을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사랑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고 바람직한 사랑의 모습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패터슨의 저자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일상 속에서 찾은 소재로 일상적인 언어를 구사하여 시를 엮어낸다. 이는 그가 일상 소재로 시를 쓰는 책 속 패터슨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로라 또한 인테리어를 하고 리폼하며 기타를 배우는 등 꾸준히 일상 속에서의 예술을 즐기고 세탁소의 래퍼도 ‘꽂히면 어디서든 랩을 해요’라며 일상 속에서의 예술을 추구한다. 이들은 모두 극적인 사건이나 새롭게 얻어낸 영감에서 예술을 찾지 않고 일상 속 소재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내 삶에 투영하여 나의 삶, 나의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나는 때로는 매번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지쳐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늘 신선함을 추구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만 바쁘게 살아왔다. 그러나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 변화를 주어도 금세 질려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고 포기하거나 그만두는 과정에서 상실감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윌리엄 카를로스의 ‘일상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시’, ‘결국 우리는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자 인생은 가장 완벽한 영화와 시’라는 말들은 앞으로 일상 속에서 새로운 변화만을 갈망하지 않고 작은 변화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사소한 것들에서 특별함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의 변화를 일으켰다. 다가오는 2월, 4년간의 대학생활이 끝나고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진다. 이러한 미래를 나는 내 전반적인 인생의 하나의 챕터로 생각하고 싶다. 다음 챕터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야 하는 나는 새로움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사소한 것에도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