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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계화 흐름과 국제질서의 변화
저자/역자
김영익
출판사명
한스미디어
출판년도
2022-09-29
독서시작일
2022년 12월 21일
독서종료일
2022년 12월 24일
서평작성자
임*완

서평내용

냉전 시대가 종식되며 국제사회 내 세계화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세계화는 시장의 개방성, 자유 무역, 국제 협업과 분업을 기반으로 하여 글로벌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물가를 안정시켰다. 또한 정치적 측면에서도 발전하여 초국가적 문제에 대해 협력하고 외교를 활성화하였다. 이렇듯 앞으로 세계화의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었던 국제사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탈세계화의 기조를 맞이하였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AMERICA FIRST\”를 외치던 트럼프 정부 이후의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미중 간의 경쟁, 영국의 브렉시트와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다. 1959년 영국의 THE ECONOMIST지에서 ‘세계화’가 언급되며 국제사회의 새로운 흐름, 즉 세계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세계화란 국제사회의 상호의존이 심화됨에 따라 인적, 물적 교류가 기존과 달리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전지구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계화의 핵심은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자유로운 활동을 중요시하며 물리적인 국경을 무력화하였다. 이로 인해 무역과 자본의 자유화와 국가 간의 자유로운 협력이 활성화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현상에 따라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인류를 한층 더 풍요롭게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세계화 흐름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글로벌 공공재를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글로벌 교역로를 확보하고 국제사회의 경제정책을 조율하였으며, 세계의 안보를 책임지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이끄는 강력한 패권국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2008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이어졌다.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었던 세계화가 퇴조할 조짐이 보이며 탈세계화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탈세계화는 국가 간의 상호의존성이 약화되어 경제적 측면에서는 무역투자와 교류가 감소하고 정치 측면에서는 통합과 협력의 국제관계가 역행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세계화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전 집행위원장인 조제 마누엘 바호주는 “팬데믹, 미중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탈세계화를 가속화했고, 그에 따라 온쇼어링, 재국유화, 지역화가 최근의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세계화의 척도를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인 스위스경제연구소의 ‘세계화지수(KOF Index of Globalization)’에 따르면, 세계화의 수준이 199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07년까지는 급속하게 증가하다, 2008년에는 주춤하였고 2015년에 이르러서는 감소하였다. 이러한 탈세계화의 움직임은 세계 전체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제적 효율성을 저하시키며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제사회의 분업체제와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되며 제품의 단가가 상승하고 관세 등의 무역장벽에 의해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 식량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플레이션 위기를 심화하며, 글로벌 기업 간 공생관계를 붕괴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기술 분야에서도 혁신을 저해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세계화의 퇴조는 경제적 측면에서 각 국가의 ‘보호주의’를 유발한다. 상호교류가 감소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며 보호무역주의가 수반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주의는 국가 간 갈등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현상은 탈세계화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 또한 탈세계화 기조에 따라 둔화현상이 나타난다. 글로벌 거버넌스는 각국이 테러, 환경, 빈곤과 기아, 보건의료와 같은 범지구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계화의 퇴조로 인해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과 국제기구의 기능강화 등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협력이 필요한 시점의 국제사회는 협력보다는 갈등과 대립의 장이 되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국제사회가 어떠한 양상을 보일지는 중요한 논제이다. 2022년 5월 22일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미 전통적인 개념의 세계화는 종식되었다고 진단하고, 앞으로 5년 후의 세계화의 형태를 4가지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국제사회의 재연결, 일명 ‘세계화 5.0’이다. 이는 재화와 서비스에 더해 기술과 데이터의 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져 국가 간의 협력이 모두 증대될 것이라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이다. 특히 이 시나리오는 세계화의 형태가 교류와 협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자국중심주의와 융합한 형태로 나타날 것임을 전망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물리적 개방과 가상경제의 단절’이다. 무역은 자유롭게 이루어지나 기술, 디지털 등의 가상경제는 이동이 제한되며 국가 간의 기술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 번째는 ‘물리적인 단절과 가상경제의 개방’이다. 상품 등의 교역은 축소되나, 일부 국가 간 기술협력이 진행되며 가상경제교류가 현재보다 진전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마지막으로 각국이 ‘자급자족’하는 경제이다. 상품 교역과 기술교류가 모두 축소될 것이라는 가장 부정적인 전망이다. 다보스 경제포럼에서는 앞으로의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네 시나리오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될 높은 가능성을 가진다고 예측하였다. 일부 측면에서는 국내, 일부 측면에서는 정치와 경제적 동맹에, 일부 측면에서는 국제사회 전체에 초점을 맞추는 등의 “협력”과 “자국중심주의”가 공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세계경제를 효과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통합, 공유, 다양화가 필수이며 각국의 고립주의보다는 지역네트워크와 글로벌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또한 정치와 비즈니스리더들은 세계화를 목적으로 추구하기 보다는 수단으로 이용하여 의사결정을 주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즉 세계화와 탈세계화에 대해서 단순한 이념적 개념을 넘어 경제와 사회, 환경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경제통합과 지식의 공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의 확대 등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외교협회(CFR)의 회장인 리처드 하스는 이미 20년 동안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는 끝이 났고, 21세기의 국제질서는 무극체제로 정의될 것임을 이야기하였다. 즉 국제사회가 소수 국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권력을 보유한 수많은 행위자에 의해 운영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유라시아그룹의 회장인 이언 브레머 또한 앞으로의 국제사회가 지도국가가 부재한 ‘G제로 시대’가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세계화의 미래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세계화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과 앞으로 지속적인 후퇴를 할 것이라는 주장, 조금도 후퇴하지 않으며 형태만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과 현재의 국제사회 양상을 고려한다면 향후의 세계화 진전속도는 지속적으로 둔화될 소지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전부터 탈세계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화의 둔화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G2국가인 미국과 중국 모두 다자협력이 필요한 범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G2국뿐만 아니라 각국이 글로벌 공공재의 제공에 대한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미래 국제사회질서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여전히 상호의존적이다. 과거와 완전히 같은 양상과 진전속도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다. 즉 앞으로의 국제사회는 세계화의 완전한 붕괴를 겪는 것이 아니라 각 측면에 따라 구성하는 내용이 달라지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국제사회 내 지도국가의 부재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긴 하나, 각 지역 차원에서 주요 국가들이 안보 자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이 국제사회의 모든 위협을 해소하는 시대는 종식되고 각국이 가진 역량이 차별화된 국제협력의 모델을 제시하며 발생하는 위협을 해결하는 영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현재 세계는 각국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며 국가중심적 논의가 재부상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미래의 국제질서 변화 흐름에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경쟁, 기술패권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화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세계화는 완전하게 중단되거나 역주행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방향과 양상을 보이며 변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국제사회에서는 일부 국가가 주도국이 되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G2국과 같은 역할이 여러 나라에 의해 공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지구적 문제 등 새로운 위협요인이 발생할 때 지역 단위에서 협조 체제를 형성하고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등 새로운 유형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국제사회는 ‘상호보완의 관계’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 가장 역동적이고 극적으로 세계화를 경험한 국가 중 하나이다. 이러한 점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한국은 그만큼 세계화의 변화에 취약한 국가이기도 한 것이다. 현재 한국은 미중패권경쟁,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의해 심각한 불안정성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의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제와 정치, 외교와 기술 등 모든 전방위적으로 심각한 딜레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전략을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국가전략에 있어 총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국제질서의 변화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한국이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에 잘 부응하는 전략을 통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한국은 경제와 정치, 외교와 기술적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 어떠한 전략을 추구해나가야 할까? 먼저, 국제사회 내 여러 국가들에 대해 “원칙기반외교”를 펼쳐야 한다. 즉 한국의 경제,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 국가의 목표와 외교원칙을 수립하고, 전략적 선명성을 표방하여 원칙적이고 일관성 있게 한국의 가치와 이념을 강조하며 국력을 증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미중경쟁 과정에서 외교적 딜레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의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안보와 평화 등의 한국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국의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확고한 목적의식과 원칙에 기반한 외교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이며, 그에 따라 사드사태 당시와 같이 타국에 저자세외교를 취하여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가 내에서도 정권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특정한 리더십의 이해관계에 좌우되거나 얽매이지 않는 “보편적 외교원칙”을 수립하고 유지해야 할 것이다. 현재 단임제 대통령제인 우리나라는 임기 내에 북한과의 갈등, 미중경쟁, 일본과의 갈등과 관련한 사안을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인해 큰 부작용을 겪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외교적으로 강한 나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국에 대한 원칙기반외교를 펼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리더들이 시간과 실적에 쫓겨 급하게 외교노선을 선택하고 추진하기보다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수립된 보편적 외교노선을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특정한 리더십과 정치집단에 의해 한국의 국익과 전략이 쉽게 조정되거나 수정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무엇보다도 “국가 자체적 역량”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먼저 취약한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전개될 세계화의 양상을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모니터링하여 경제의 주체별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만의 풍부한 외교자산을 발굴하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외교관련 인적자원을 발굴해야 할 것이며, 다자주의를 추구하려는 한국식 글로벌네트워크, 즉 한국의 독자적 협력망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이때 ASEAN 국가와 같이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와 연대를 강화한다면 협력의 대상을 다양화하고 자율적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를 활성화하고 개방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여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관리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한국의 외교자산을 넓혀 나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

혼란과 변동의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화의 긴 역사 속에서 국제사회가 어떠한 모습과 양상을 보였으며, 어떤 측면이 변화하였고 어떤 측면이 지속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이 국가 자체적인 역량을 제고하여 국제사회를 주도하고, 원칙에 기반한 외교와 정치리더들이 일관적으로 외교노선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진정한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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