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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파도가 덮쳐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저자/역자
현기영
출판사명
실천문학사
출판년도
1999-03-15
독서시작일
2022년 10월 30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05일
서평작성자
김*서

서평내용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나’의 자서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주인공의 삶을 나열한 소설이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그 옛날 제주도의 모습과 순수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람이 잊어서는 안될 사건 또한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은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제주 4.3사건에 관한 것이다.

4.3사건의 발단이 될 수 있는 한 시위는 ‘나’와 ‘제주도’에게는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억이 안 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잔인한 시위였다. 시위 주동자들을 색출해 고문하고 죽이고 한밤중에 경찰이 가택 수색을 행했다. 이 시위 후 4.3사건이 일어났는데, 4.3사건은 경찰들이 수많은 마을을 방화하고 사람들을 폭도라 칭하며 모조리 쏴 죽인 끔찍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나’의 이모는 고문을 받았고, 이모부는 사살되었다. 가족이 죽어도 폭도 가족이라 불리며 끌려가는 것이 두려워 울지도 못 했던 그런 암울한 나날을 보냈던 사람들. 산으로 들어간 피난민들을 산군(산폭도)라 칭하며 무자비한 살육극을 벌였다. 사건이 잠잠해진 뒤 피난민들은 산에서 내려와 초라한 움막을 짓고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살았다. ‘나’는 이 사건 때문에 눈 속에 피는 붉은 동백꽃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눈 위에 뿌려진 선혈처럼 느껴지고 눈 위로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면 목 잘린 채 땅에 뒹굴던 머리통 생각을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왜 4.3사건은 다른 사건들에 비해 화제가 되지 않은 걸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섬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사람들은 보수적이다. 그럴수록 더 집단적이고 제주도가 관광을 주 경제활동으로 한다는 배경을 알아야 한다. 바다가 예쁘고 자연이 아름다운 섬이 한때는 산과 바다에 모두 시체가 떠다녔다고 하면 관광객들이 선뜻 관광을 망설일 것이다. 안 좋은 과거라고 마냥 묻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묻힌 과거는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 생존자들의 기억은 생생하다. 유명한 동영상이 있다. ‘제주 할머니가 생선을 못 드시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영상인데 4.3사건의 유족이 발표하는 동영상이다. 가족들이 바다에 내던져 버려졌기에 물고기가 다 잡아먹었다고 생각해 생선을 먹지 않는 할머니가 그런 할머니를 몰랐던 손녀. 생존자들의 상처는 그렇게 쉽게 아물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고 아파온다.

가끔 제주를 가면 밝은 면만 보여 어두운 과거는 전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주의 과거는 마냥 밝지만은 않았고 아직도 제주도민은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거센 파도 위에 있는 배처럼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4.3사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파도를 잠재우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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