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들어왔으면 한번 들어보시라.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연구하고 설명하는 학문은 많다. 기존의 심리학은 인간이 외부 자극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며,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설명해준다. 사회학은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계급, 사회, 가족, 결혼 과 같은 광범위한 부분들을 설명한다. 경제학은 인간의 선택을, 그리고 그를 통해 나타나는 보다 거시적인 현상까지도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모두 인간의 ‘어떻게’에 국한된 설명이다. ‘왜’ 또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부분적으로는 맞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는 어떠한 욕구가 있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는 식의 기존의 심리학적 설명은 얼핏 보기에 인간의 ‘왜’ 또한 설명해주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궁극적인 이유가 아니다. 궁극적인 이유란, 바로, ‘인간은 왜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진화 심리학은 이러한 인간의 ‘왜’에 대한 궁극적인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솔깃하지 않은가.
구구절절 서론이 길었다. 이 책 ‘처음 읽는 진화 심리학’은 앨런 S. 밀러와 가나자와 사토시라는 심리학자가 썼고,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진화 심리학이란 분야를 다루고 있다. 더 자세히는, 인간 사회의 다양하고도 중요한 부분들에 대한 진화 심리학적 관점과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입문자를 위해 이해하기 쉽게 말이다. 진화 심리학이 사람들에게 마냥 낯선 것은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인간의 ‘왜’에 대한 몇몇 진화 심리학적 생각은 대중들에게 널리 퍼져있다. 하나의 예로, \’남자는 여성의 어떤 신체적 특질(좋은 몸매를 말하는 것이다)을 선호하게 끔 진화했다\’ 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진화 심리학적인 설명은 사람들에게 결코 낯선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는 이유로 사랑 받기도 하는 듯 하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진화 심리학적 핑계(?)를 한번 쯤 대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떳떳하게 말이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은 더 많은 핑계를 제공할 수 있다. 진화 심리학은 겨우 남자가 여자의 좋은 몸매를 선호하도록 진화했다는 정도의 설명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리 사회의 보다 다양한 부분들에 대한 진화 심리학적 설명을 제시하면서 들쑤시고(?) 다닌다. 자칫 사람들이 불쾌하게 느낄 수 도있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까지 말이다. 진화 심리학이 그 마수를 뻗고 있는 분야나 주제를 열거하자면 연애와 결혼,번식, 남녀 차, 가족, 범죄, 폭력, 특정 욕구, 종교 등 끝이 없는데, 이들은 모두 인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들이다. 어떤가, 이제는 흥미롭지 않은가?
우선 진화 심리학의 가장 핵심적인 두 전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인간 여전히 그 자신이 진화해왔던 환경에 적절한 심리적 기제(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진화해왔던 환경에서는 먹을 것을 구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먹을 것을 끊임없이 찾고, 먹어서 에너지를 저장해야 했다. 그 당시 생존에 중요했던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우리는 여전히 가지고 있는데, 그 기제는 오늘날에 끊임없는 식탐을 통한 비만을 유발하는 쓸모없는 녀석으로 전락해버렸다. 오늘날에는 먹을 것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어 식량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에너지를 저장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심리적 기제라는 녀석은 그리 똑똑하지가 않다.
두 번째는 바로, \’자신의 존속을 유리하게하는 유전자가 살아남고, 후대로 이어진다.\’ 라는 것이다. 이것은 진화학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아이디어다. 유전자는 형질을 만들어낸다. 형질이란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인간의 특정한 모습,행동,특징,성격 등 아무튼 인간에게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것이다. 정리하면서 덧붙이면, 유전자는 형질을 만들어 내는데 그 형질이 그 유전자의 존속에 유리할수록 당연히 많이 살아남고, 널리 퍼진다. 여기서 ‘형질’이란 것이 추한 모습이든 훌륭한 성격이든 상관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놈이 후대로 이어진다. 유전자에도 적자생존 같은 게 있는 것이다. 아, 물론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환경에서 불리한 형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후대로 이어지지 못해 점차 사라져가는것 뿐이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이제 이 책이 특정 주제에 대해 제시하는 진화 심리학적 설명을 하나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마도 여러 주제 중 이 주제를 제일 좋아할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남자는 짝짓기 상대로 여성의 신체적 매력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리고 여자는 남성의 능력을 가장 중요시한다.
해 놓고보니 다 아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무안하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진화 심리학적 설명은 처음 접할 거다.
남자는 평생 동안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몇 천, 아니 몇 만명의 자손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자는 다르다. 여자는 기껏해봐야 평생 30명 정도의 자손 만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니 툭 까놓고 말하면, 남자에게는 자손 한명 한명이 덜 소중하고, 여자에게는 더 소중하다. 그리고 이 차이는 정말 거대한 차이를 불러온다.
남자는 자손을 남길 기회가 아주 많다. 그러니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계속 전해줄 건강하고 훌륭한 아이를 낳아줄 여자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그런 여자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고, 그 결과 젊고 외면적으로 출중한 여자를 선호하는 심리적 기제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그런 여자를 알아보는데 있어 가장 훌륭한 심리적 기제였으므로.
반면에 여자는 자손을 남길 기회가 비교적 적다. 그러니 한번 한번의 기회가 소중하다. 자신의 아이가 살아남아 후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계속 전해주도록 하려면, 자신의 아이에게 훌륭한 유전자를 줄 남성과, 그 아이가 살아남기 위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유능한 남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 결과 능력(권력, 재산 등)있는 남자를 선호하는 심리적 기제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이러면 글을 다 읽지 않을텐데 큰일이다. 내용 설명은 이쯤하도록 하련다.
이 글에서는 단 하나의 진화심리학적 설명을 풀어놓았으나, 이 책에는 더 많고 자세한 설명 담겨있다. 나는 진화심리학이 굉장히 매력적이고도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진화심리학은 인간과 관련된 다양한 \’왜\’에 대한 대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번 읽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될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그 만큼 획기적인 분야인 것이다. 그러니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은 목적이 목적인 만큼 진화심리학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2008년에 출판되어, 진화심리학 분야에서는 다소 오래된 책이다. 이런 이유들로 설명이 부족하거나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혹은 지금은 학계에서 사장된 설명을 담고있을 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이에 대한 어떤 확언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통해서 제시한 진화심리학의 굵직한 전제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내 바람은,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서 진화심리학이란 분야를 맛있게 맛보고 난 다음, 그 흥미를 가지고서 비교적 최근에 나온 더 좋은 책들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예전의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으며, 존속에 유리한 유전자만이 후대로 전해진다는 전제는 우리 인간의 어떤 모습을 어떤 원리로 만들어 주었을까? 진화심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여러분의 모습 중에서 어떤 모습은 어떤 심리적 기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일까? 흥미롭지 않은가. 수많은 도구 중에서, 진화심리학은 인간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도구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