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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생명의 경제학, 그것의 가치
저자/역자
존 러스킨
출판사명
아인북스
출판년도
2020-12-21
독서시작일
2022년 10월 20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20일
서평작성자
김*호

서평내용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 존 러스킨 –

저자인 존 러스킨은 19세기 영국의 사상가이자 비평가이다. 이 책은 그가 쓴 4권의 논문을 묶어 출간한 것이다. 본 권에서 그는 당시의 주류경제학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당시의 경제학은 현대의 경제학과 비교해 사회과학보단 철학에 가까웠다고 알고 있다. 그의 시대에서의 비판을 오늘에서의 내가 읽으며, 그의 의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저자와 나는 교감을 했다. 각각의 1편부터 4편까지 다룬 내용에 대해 내 나름의 생각을 펼치니 서평의 호흡이 너무 길어졌다. 안타깝지만 이곳에 담기지 못한 내용은 머리에 간직해 놨다가 언젠가 기회가 닿을 때, 다시 열어보아야겠다.

저자는 직종에 대해 다루고, 특히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에서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노동 투입의 산출물에 대한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45p에 나오는 그의 말에 따르면, 생산물 수요에 대한 시장의 불규칙한 변동에 상관없이 일정 규모의 노동자를 유지하자고 했다. 이것을 보고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주장한 ‘노동사장’이 떠올랐다. 그는 경기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기업은 고용을 줄이기보단 호황이 올 것을 대비해 설비 점검, 청소 등 생산 외 부문에 노동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어찌 됐건, 존 러스킨의 주장이 영향을 미쳤건 미치지 않았건 간에 후대에서 개념적으로 다뤄졌다는 것만으로 흥미로운 사실이다. 흥미롭게 읽던 중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내용이 뒤이어 나왔다. ‘군대와 기업의 차이점은 자기희생이며 사람들이 군인을 칭송하는 이유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어놓기 때문이다.’ 그렇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목숨 걸고 어떠한 일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때의 목숨과 군인들이 담보로 내놓는 목숨 중 어느 쪽이 실질적이고 사전적으로 명확한 ‘목숨’에 가까운가. 존 러스킨이 만약 살아있었다면 나는 이메일을 보내 묻고 싶었다. 정해진 의무에 따라서 인생 중 1년~2년에 가까운 시간을 내놓았으나, 왜 사회 인식이 안타까운 수준인지에 대해. 병뿐만 아니라 부사관, 장교 마찬가지다. 또한, 고용주가 노동자를 자식 대하듯이 하라고 가르친다. 이것이 보편적이고 실제적인 차원에서의 사실이라 말한다. 이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했다. 사회적 계약 하에 상하관계를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대해야 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더 나은 길이 있음에도 근시안적인 행태로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지.

2편에 대한 내용은 ‘부’란 지배력을 근간으로 두고 있기에 이 지배력이 작용하지 못한다면 ‘부’는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 이 정도로 요약하겠다. 또한, 노동에 대한 청구권 형태의 개인의 상업적 부가 증가할 때, 물적 재산 형태의 실질 국부는 오히려 감소한다고 했다. 그가 들었던 예시 중 중개업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2022년에 사는 내겐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물론, 그 당시 시대 군상과 지금엔 차이가 큼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오늘에서의 내가 나름의 반박을 해보았다. 중개업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감시와 처벌의 문제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 적발확률이 중요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엔 처벌 수위가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감시비용으로 인해 적발확률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릴 수 없다면 처벌에 대한 강도를 설정하면서 적발을 감수하고도 불법적 행위에 대한 편익보다 크게 설정하면 좋을 것이다. 카르텔(담합) 관련해서 존재하는 leniency 제도 즉, 자진 신고자 감면 제도처럼 이와 같은 유인체계를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마냥 중개업자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현대에 들어선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발생할 거래비용 및 탐색비용 등의 절감에 따른 편익이 매우 크고, 정보 비대칭성 문제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삐딱한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해서 내가 저자의 논리를 전부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진정한 부의 광맥이란 인간의 가슴 깊이서부터 끓어오르는 것. 그것에서 끌어올린 부는 뜨거운 숨과 생기 넘치는 눈을 가지며, 행복에 부풀어 오른 인간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핵심은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어설프게 마무리하며,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이란 그런 것이다. 논리적인 학문임과 동시에 수학의 언어를 빌려 사회현상을 말하고자 하는 학문. 냉정하게 바라보고,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이 이런 것임과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특히, 경제 내의 완전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임은 명백하지만, 그것이 공평한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을 때, 여러 불공정한 일들을 목도하면서 나는 진로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학문 특성상 가치와 철학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많지만 냉정하고 차가운 이론을 습득하고, 가슴으로 그 가치들을 정립하는 학문이라고 본다. 우리가 당연하게 부여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치 그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만으론 정의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해서. 우리의 이론서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경제학적 철학에 대해서 다가가고자 한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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