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읽는데 대충 2-3일 정도 속독이 아닌 제목이 이봉창의 고백이라 그런지 대충 빠르게 슥 읽거나 한 번 보고 스쳐지나갈 수 없었다. 솔직하게 예기하면 네임벨류가 국사시간이나 책에 나오고 많고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별들중에서 꼭 한 번 쯤은 마주치게 되는 인물이고 하필 학교 과제에다 점수에도 반영된다니 대충 읽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다른 분들은 책을 어떻게 읽든 내 책 읽고 이해하는데 집중하면 2일 정도 걸릴 수 있는 것을 다른 과제도 하고 중간 끝나고 본가도 갔다오고 하다보니 딱 일주일 정도 걸렸다. 내가 책을 읽는데 다른 학생들보다 늦게 걸린 것 같기도 하지만 이봉창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고백을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어보았다.
프롤로그 ‘의문의 사진과 이봉창의 참모습’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예기하면서 프롤로그에서 수업 시간에 보던 이봉창의 환하게 웃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사진을 보면서는 의문이 든 것이 있다. 프롤로그에서 소개된 사진 4장 중에서 우리가 늘 보던 진짜라고 믿던 사진이 일제강저점기 그때 그 시절에 발간된 어떤 신문에나 책자에도 확인되지 않고 또 원본 사진이 아니라니! 이건 또 뭔 일인가? 오히려 원본도 아니란다. 태극기를 그리고 선서문을 누군가가 새로 쓰고 사진을 오려 붙인 합성이라는게 무려 70년 동안이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신성한 독립운동가의 상징처럼 있었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이봉창을 선택한 김구의 최측근이 편찬한 도왜실기에는 왜 해방이 되었는데도 일본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왜 원본을 남겨 놓지 않았는지 의문이 간다. 나머지 사진들은 다 진짜인데 오히려 무덤덤한 모습이 진본이고 김구와 마지막으로 만날 때 찍은 환하게 웃고 있는게 진짜다. 나는 이봉창이 어떤 모습을 하든 인생에 별 의미가 없이 해탈한 성자처럼 사진을 찍은 사실이 눈에 띄었다. 그 다음에는 이봉창의 그다운 본성이 간략하게 나오는데 일부만으로도 약간 실망이 갔다. 김구가 남긴 이봉창의 모습이 더 대중적이어서 그런지 이봉창의 진짜 모습은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천황을 숭배하는 일본에서 조선만 해도 대역죄인이나 반역자는 기록 말살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데 하물며 일본인도 아닌 평범한 식민지 청년인 이봉창은 그냥 저승 명부에나 이름이 남아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자 기록이 남아있는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봉창이 판상에게 제출한 상신서 신문조서와 같은 조서 검사의 의견서에서 이봉창의 여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체포 당시 이봉창의 증거품에서 나온 사진들 중에서 여덟 장의 사진들 중 한 장도 아니고 무려 5장이나 여자 사진이 들어있어서 많이 당황하였다. 총각이니까 여자가 꼬일 수야 있다. 근데 가족 사진도 아니고 첩도 아닌 유곽녀라니 그것도 한국 창녀도 아닌 없었다 쳐도 상하이와 그렇게 항일 운동을 하던 양반이 일본인 창녀와 놀아나다니. 이게 진짜 우리가 알던 독립 영웅 이봉창이었단 말인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다보면 본문에도 다시 나오는데 이봉창이 김구를 만나면서 육신의 쾌락은 맛보았고 더 이상의 쾌락은 누릴 필요가 없다는 부분에서 이해는 갔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법이 성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완전하게 성자와는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조서에서 카페와 유곽을 무시로 드나들었다는데 그게 모던 보이라면 인생의 쾌락을 즐기는 호색한이 어떻게 천황 암살까지 가는지 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봉창 의거에 대해서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이봉창이 의거를 한 뒤 임시정부는 다시 활기를 찾게 된다. 일본은 의거가 일어난지 불과 20여일 만에 상해 사변을 일으켰고 그 때 제2의 이봉창인 윤봉길이 나타나 또다시 홍커우 공원에서 의거를 일으켜 독립운동의 빛나는 별이 되었고 그 뒤부터 중국 국민당 정부를 통해 임시정부가 지원을 받게 되고 인정받은 점. 물론 김구가 지원한 나석주나 일본 제국의회에 폭탄을 터트리려한 사례가 있었지만 실폐였고 독립운동의 불을 지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봉창이 일으킨 의거는 천황을 직접 죽이지는 못했지만 제2, 제3의 이봉창같은 독립운동가들인 별들을 탄생시켰다. 일본 천황하나 죽여서 뭐가 달라질까? 이 생각이 들긴 들었다. 다음에 천황가에서 천황을 배출하면 되고 만세일계의 천황을 죽인 분노가 애꿏은 조선인이 더 차별 받고 독립운동가들이 희생당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천황은 일본제국의 최고 권력자로서 상징이 있고 꼭 천황이 아니라 다른 고위 관료들도 계속 처단한다면 독립을 갈망하는 조선인들의 뜻을 일본인들이 깨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봉창이 수류탄을 시범할 기회가 생겨서 성능을 시범하고 성공했다면 파급은 더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구가 그 뒤에는 성능을 시범해서 의거가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봉창의 의거가 성공했다면 조선의 독립에 희망의 불이 켜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