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를 저술한 작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본래 스웨덴인으로서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 연구와 학업을 이어간 소위 ‘엘리트’출신이다. 그는 자신의 논문을 위해 라다크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인도의 작은 지역인 라다크의 문화에 매료되었다. 그는 반 세대가 넘는 기간을 라다크에 머물며 라다크의 전통문화와 가치관이 서구 문명의 유입으로 붕괴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 후 그는 종속이론 중 구조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세계화를 비판하고 지역의 특성과 문명을 옹호하는 사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라다크의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에 맞는 이른바 ‘적정 기술’을 개발하거나 세계화로 인해 야기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숙고한다. 작가가 라다크를 소개한 것에는 세계화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고 지역사회화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고자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체급을 즉, 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자신의 견해를 역설하고자 한 의도가 담겨있다.
급격한 서구화로 인해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게 되며, 아이들은 자아정체감을 잃어버리고 서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는다. 각 지역에서의 오래된 문화적 자산이 그 지역과는 동떨어진 서구의 과학적 문명으로 대체된다. 세계화는 개발도상국에 상품 작물의 재배를 강요하고 선진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초래해 지배자와 피지배자 구도를 견고하게 만들 뿐이다. 세계화는 결국 약자와 사회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정의롭지 못한 현상이다.
작가가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지역화는 비효과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수치로만 보이는 세계에서 벗어나 물리적 거리를 줄여 사람 간 연대와 진정한 자아정체성의 부활을 의미한다. 하지만 헬레나의 주장과는 다르게 이미 세계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우리가 다시 지역화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헬레나가 주장하는 세계화의 정의와는 다르게 세계화는 약자의 인권 유린, 정부의 시민 탄압 등을 일정부분 저지하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자유와 인권원칙들을 범세계적 확산에 이바지했다. 오히려 세계화와 도시화가 인적 자원의 직접과 사람 간의 연결에 효과적으로 작용해 자원의 효율성과 집단 간 연대에 이바지했다는 견해도 있다. 영향력 확산 대부분은 중심지에서 주변부로 확산하는 형태를 띤다. 이는 즉, 평등한 지역 발전이라는 작가의 주장이 무색하게 한국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처럼 지역들 사이에서조차도 새로운 지배자-피지배자 구조가 형성될 수 있으며 세계화와 비슷한 문제점이 지역 내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작가가 책에서 구조주의적 사상의 붕괴를 해결책으로 주장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주장이 서구사회로부터 파급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구’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그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데도 세계화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세계화가 진행된 현재로서 그가 주장하는 해결방식은 비현실적이며 서구의 관점에서 라다크를 바라보고 만든 또 하나의 서구 중심적 해결책이다. 진정한 해결방안은 세계화와 자본주의 사회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영향력의 구조주의적 차이를 현실적 관점에서 자각하며, 그러한 틀 내에서 한 지역이 밖에 펼쳐진 세계와 자신의 방식으로 타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