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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하고 함께 나누기
저자/역자
이성희(한국치매가족협회 회장)
출판사명
궁리
출판년도
2018-04-01
독서시작일
2022년 05월 22일
독서종료일
2022년 05월 22일
서평작성자
양*은

서평내용

여러 권의 책 가운데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엄마의 공책’이라는 쉬우면서도 어떠한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지는 도서명과 포근한 분위기의 책 표지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병’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겠다고 하였다. ‘엄마의 공책’은 치매 가이드북이라는 저자의 설명 답게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이나 딱딱한 대처 방법이 아니라 동명의 영화 줄거리를 인용하여 치매는 어떤 질병이고 우리 일상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말해준다. 치매의 발견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 대처에서 시작하여 진행하는 과정, 마지막으로는 치매를 수용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먼저 첫 번째 단계는 ‘치매의 발견’이다. 사소한 일도 잘 기억하고 항상 깔끔한 모습을 보이던 어머니에게서 변화가 나타난다. 자꾸만 잊어버리고, 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에서 기억의 공백이 생긴다. 즉 어머니에게서 ‘이상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자식들이 데리고 간 병원에서 어머니는 치매진단을 받는다. ‘엄마의 공책’ 속 어머니는 먼저 자식들에게 “의사가 나 치매라고 하지?”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있을까? 치매가족은 ‘혼란-거절-단념-수용’의 4단계를 거쳐 부모의 치매를 받아들이게 된다. 자식들이 어머니의 치매를 진단받고 받아들이는 시간 이전부터 어머니 당신께서는 스스로의 변화를 눈치채고 이상함을 느끼고 계셨을 것이다. 치매 대상자와 그 가족 모두 질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른 단념과 치매 가족의 적극적인 개입에 있다.
치매 증상은 우울, 무감동, 불안, 그리고 망상, 배회, 이상 행동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예민하게 느끼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식들은 저마다 기억하던 건강한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이와 더불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자식들의 태도와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된다. 어머니의 질환을 이해하고 간호하려는 과정에서 가족 간 불화나 소진(burnout)이 따라올 수 있다. 어머니를 잘 모시기 위해서도, 보호자 본인을 위해서라도 보호자의 휴식과 자기이해는 중요하다. 치매 환자를 집에서 돌보던, 요양원에 맡기든 간에 어머니에 대한 이해와 보호자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은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엄마의 공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치매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에 관한 것이었다. 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느끼게 되는 보호자의 상실감과 피로, 감정적 변화를 엿보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나오는 치매 환자의 증상과 보호자의 부담감을 보며 친할머니와 할머니를 돌보는 친척들이 떠올랐다. 종종 전화로 들려오는 주돌봄자로서 느끼는 피로감을 책을 통해 더욱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다. 할머니를 직접 만났을 때에는 인지력이 떨어지고 같은 내용을 되묻고, 시간을 헷갈려하시는 등의 이 책에서 나오는 치매 환자 증상을 보았다. 그런 할머니와 돌봄에 힘들어하는 친척분을 보며 어떠한 변화와 행동이 필요할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보호자들을 위해 \’엄마의 공책\’에서는 자기이해와 돌봄을 온전히 떠맡지 않는 것, 그리고 자조집단을 통해 치유해가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이 책에서는 치매가족의 심리도 치매환자 정서관리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룬다. 특별히 치매가족을 위한 자조집단 모임은 내가 현재 속해있는 정서 지원 멘토링 활동을 떠올리게 하였다. 멘토링 첫 만남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멘토와 멘티 간 만남이 이루어질 때 학부모들이 모여 그들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었다. 멘토와 멘티가 함께 활동을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때 학부모들은 상담가를 중심으로 하여 소소한 활동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화를 나누던 학부모들의 모습이 이 책에서 나오는 자조 집단 모임과 겹쳐 보였다. 치매가족들에게는 자조 집단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치매 환자에게는 센터 등의 기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의 공책\’의 부제는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기억의 레시피\’이다. 반찬 가게를 하시던 어머니가 액젓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날때는 자식이 엄마의 공책을 보며 레시피를 알려주고, 어머니는 마저 채소를 버무린다. 완성된 김치를 먹으며 어머니를 솜씨를 칭찬하는 자식과 행복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치매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치매라는 질환을 얻게된 어머니도, 그런 어머니를 부양하게 된 자식도 분명히 함께라서 행복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지역사회는 숨게 된 노인들을 다시 밖으로 데리고 나오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꿈꾼 알츠하이머 카페처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있을 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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