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나는 이 제목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오늘의 미래가 내일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오늘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라는 제목이 희망적이기도 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랬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 덕에 나도 작가의 따뜻한 눈을 빌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생각들을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주옥같은 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했음에도 자각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었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책의 많은 부분들이 마음에 와닿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꽤나 인상깊었다. 오늘날에는 낭만이 피로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말을 보며 과연 나에게는 낭만이 남아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마음 속을 뒤져 보았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바빴고,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을 즐기지 못했다. 낭만이라는 것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고, 낭만이라 하면 거창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또 오늘날 낭만적인 태도나 언행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보다 현실적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각박해졌다고 해야 할까. 작가는 우리가 빵이나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장미와 같은 낭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낭만이 사라지면 인간의 존엄성이 들어설 자리도 없다고 말한다. 글을 읽으며 우리 마음 한편에 낭만이 들어설 자리정도는 남겨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여유 정도는 우리가 살면서 가져도 되지 않을까, 아니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낭만은 그리 멀지 않고, 어렵지 않다. 작은 꽃 한 송이도, 길을 걷는 작은 꼬마 아이의 웃음도 순간의 낭만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이 순간도 낭만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오전을 산 우리에겐 오후라는 미래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