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이 나라의 국적을 지닌 자는 모두 70세가 되는 생일로 부터 30일 이내에 죽어야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늘 골칫거리던 연금 문제도 해결되고 노인요양원의 수도 줄일 수 있다. 매년 발행하던 국채를 발행하지않아도 되며 심지어는 대학도 무상으로 다닐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과연, 이 법안은 시행되어야 할까?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문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나라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생산가능인구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취업의 문턱을 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요양부담금\’은 청년들에게 이 시대의 무거운 짐이다. 작가가 제시한 \’70세 사망법안\’은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수단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
죽음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라는 말을 쉽게 입 밖으로 뱉으면서도 죽는 것은 여전히 무서운 일이다. 주인공 도요코의 시어머니 또한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 죽을날을 기다리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 집의 며느리인 주인공은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한다. 법안이 시행되면 살 날은 15년 남짓, 하지만 시어머니 병수발로 2년의 시간을 날려 보내야하고 그 어느 가족도 그녀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이 법안의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동시에 몇가지의 사회문제들을 더 보여준다. 은둔형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은 재취직이 되지 않아 낙담하고 있다. 일할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기업들은 비정규직만을 선호한다. 기간이 끝나면 정규직 전환은 없다. 이마저도 들어가기 너무 힘들다. 또, 무책임한 남편, 도움을 주는 것이 귀찮아 집을 나가버린 딸, 집에 박혀만 있는 아들, 이와중에 시어머니는 더욱 심술을 부린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진정한 가족은 의미를 잃어간다.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사회문제들이다. 소설 속 한 가족의 모습으로 그 문제들을 살펴보니 조금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정부가 제시한 70세 사망법안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
나는 70세 사망법안을 반대한다. 이 법안은 바로 정부의 무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고 노인들의 인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부양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법안이다. 그들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해결책이 그렇게 단순하게 나와서는 안된다. 아주 비현실적인 답변이지만 문제상황은 너무 냉정하고 심각한 수준이다. 작가가 일본을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그려나갔지만 그 이야기가 마치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도 충분히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 현대사회의 매정함 속에서 자신의 일이 아니면 차마 모를 수도 있는 각각의 문제들이 잘 살펴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책에서 참다 참다 견디지 못한 도요코는 집을 나가버린다. 그렇다. 법안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갈등은 심화되었다. 가족들은 그제서야 도요코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가족 모두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책이 제시하는 진짜 해결방안이다. 모두가 나서자는 것, 아주 단순하지만 실천하기는 이 법안보다 무척 어렵다. 이후 모두가 노력하며 평화를 찾은 도요코 가족은 행복을 계속 유지 할 수 있을까 ? 그렇다면 이 사회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주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특정한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가족이 있고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나은 세상을 꿈 꿀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