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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변곡점
도서명
저자/역자
브래드버리, 레이,
출판사명
황금가지 2009
출판년도
2009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30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30일
서평작성자
임*영

서평내용

책을 가려서 읽는 습관이 있다. 읽기도 전에 과학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이 책을 과감히 골랐다. 제목만 보면 온도에 대한 과학 서적인줄 알았으나, 내가 얼마나 편중된 시각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대한 권력기관인 ‘방화소’에서 일하는 ‘몬태그’. 여느때 처럼 일을 마치고 오는 길에, 이사온 소녀 ‘클리라세’를 만난다. 그는 생전 받아보지 못한 질문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행복에 대해서, 일에 대해서. 클리라세의 해맑은 질문은 그의 마음에 불을 지르게 되었다. 회의로 가득찬 그의 인생이 하나씩 뒤바뀌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 없이 태웠던 책들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깊은 깨달음은 회한으로 다가오고, 몬태그는 다시 그의 인생을 하나씩 바꾸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지성인을 만나고, 앞장서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불 태우는 일은 즐겁다.”
   나는 간결하고 멋진 첫 문장을 보면 색다른 전율을 느낀다.  이 문장이 바로 그렇다. 불 태우는 일이 왜 즐거울까? 라는 생각이 곧바로 드는 문장이다. 불에 타는 것을 보는 게 즐거울 수도 있고, 그냥 불은 즐겁다라고 표현해도 됐었는데, 왜 불 태우는 일이 즐겁다고 했을까? 약간의 설렘과 함께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불만큼 사랑스러운 게 어디 있을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게 말야.”
   방화서장인 버티의 말을 발췌해 온 것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나는 그가 권력의 하수인, 마치 일제강점기의 친일파처럼 느껴졌다. 한때 동료였던 몬태그에게도 인정사정이 없었던 그는 결국 그의 집 전체를 태우기까지 한 파렴치한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은 후 작가의 말에서 버티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보게 되었다. 버티가 어떻게 그런 인물이 되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며, 한때 독서광이었지만 거대한 절망감을 겪은 후 책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던, 그의 생애를 통찰해야 한다고 했다. 난 버티라는 캐릭터가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어느정도는 이해하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책을 읽은 후 첫문장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을 태우는 일은 즐겁다.”라는 첫문장은 곧, 아무 생각 없이 삶을 살아왔던 몬태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기계처럼, 로봇 사냥개처럼 시키는 대로 불을 지르던 그에게 책과 지성인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클라리세는 변곡점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로 인해 그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아내와 주변사람들을 함께 계몽시키려 했지만, 그의 방법은 파버 교수가 그랬듯 너무나도 급진적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현실에 완벽한 만족감을 느끼던 사람이었기에.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그와는 다른 부류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문체가 원래 이런 것인지, 번역을 통해서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궁금했다. 전자라면 국내 작가인 이상과 비슷하다고 느낄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 줄거리 내용이 통제화된 미래를 다룬다는 점에서 『멋진 신세계』와 유사하게 느껴졌지만, 그 책보다는 정제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실어 놓은 것은 참으로 신선했고, 책에 대해 확실한 느낌을 들게 해 줘서 좋았다. 만약 누군가가 그의 저서를 읽어볼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고, 이 책을 다시 읽을 의향이 있냐고 물어도 역시 그렇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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